민주당 은산분리 완화 선회 … 정무위 24명 중 19명이 찬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은산분리 완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 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8일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해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 등 법안 5개가 제출돼 있다.

강력 반대하던 제윤경도 입장 바꿔 #정의당 추혜선 1명만 반대 밝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엔 #민주당 34% 한국당 50% 많아

중앙일보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2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17명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을 늘리는 방안에 찬성했다. 적극 검토 2명까지 포함하면 19명이 법안 지지로 기운 셈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이 달라졌다. 그동안 당론으로 은산분리 유지를 고수했지만 이번 설문에선 기류가 변했다. 정무위의 민주당 의원 10명 중 찬성 7명, 적극 검토가 2명이었다.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던 제윤경 의원마저 찬성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에선 이학영 의원만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중 민병두(민주당)·주호영(자유한국당)·장병완(민주평화당) 의원은 입장을 유보했다. 민병두 의원은 정무위원장이어서 개인적 견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지지해 왔다. 주호영·장병완 의원도 규제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법안 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만 규제완화가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국당 의원 가운데 일부는 “은산분리 규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김정훈·김진태 의원)는 의견도 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런 정무위 분위기를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관련 법안이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여야 지도부는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하고 세부 사항은 정무위에서 다루기로 했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그동안 자본금을 늘리는 데 애를 먹었던 인터넷전문은행도 시중은행 못지않은 규모로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여야 지도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의원의 특례법안에서도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하도록 했다. 단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재벌은 현재와 같이 지분한도를 4%로 제한하게 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한도를 50%까지 확대하는 유사법안을 제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의원 대부분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34~50%대에서 수렴하는 안에 찬성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주식 지분 한도를 34% 수준으로 수렴해 가고 있다. 곧 당론으로 결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은산분리 완화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 영역에만 적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 중에선 특례법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일부 강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은산분리는 금융정책 기본 원칙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며 “어떤 이유로도 은산분리 완화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추미애 당 대표가 “규제개혁이 경제민주화 원칙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K뱅크 특혜여부 조사=민주당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었는지도 파악하기로 했다. 정재호 의원은 “K뱅크 인허가 과정을 정무위에서 별건 이슈 형식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일훈·윤성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