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취재 거부 선언?…특검 포토라인 논란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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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으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2차 소환을 앞둔 7일, 이른바 '포토라인 해프닝'이 일어났다. 김 지사가 이번주 있을 2차 소환 때 '언론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거부한다'는 뜻을 특검 측에 전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이날 오후 특검을 취재하는 50여 명의 기자들은 특검 관계자로부터 "김 지사 2차 소환때 포토라인을 치워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게 김 지사의 입장이니 언론의 협조가 가능하겠느냐"는 내용이다.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한 김경수 경남지사. [중앙포토]

지난 6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한 김경수 경남지사. [중앙포토]

기자단은 특검 측에 난색을 표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전했다. 사실상 김 지사의 취재 거부 선언으로 받아들인 일부 기자들은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자단 분위기는 김 지사의 촬영 거부 경위를 취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 김경수 경남지사의 '포토라인'. 중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할 경우 취재경쟁으로 인한 부상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통상 기자들은 '포토라인'을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한다. [박태인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 김경수 경남지사의 '포토라인'. 중요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할 경우 취재경쟁으로 인한 부상 등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통상 기자들은 '포토라인'을 만들어 혼란을 최소화한다. [박태인 기자]

발칵 뒤집힌 건 김 지사 측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김 지사 측 오영중 변호사는 기자단 단체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지사는 재소환때 포토라인 앞에 서지 않게 해달라고 특검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당당하게 포토라인 앞에 다시 서겠다는 입장은 처음부터 유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검팀 대변인 역할을 하는 박상융 특검보도 다시 입장을 정리했다. 박 특검보는 “김 지사 측에서 사진 촬영은 하되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바로 조사실로 직행해서 조사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취재 결과 김 지사 측이 "비공개 소환이 가능하겠느냐"고 특검팀에 요청을 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두 번째 소환때까지 취재진 앞에 설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를 댔다고 한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비공개 소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포토라인을 거부한다는 뜻을 전한 적은 없다"며 "특검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우리 뜻을 오해하는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익범 특검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박상융 특검보. 그는 지난달 '정의당 수사 논란'에 이어 김경수 지사의 포토라인을 둘러싼 논란으로 또 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뉴스1]

허익범 특검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박상융 특검보. 그는 지난달 '정의당 수사 논란'에 이어 김경수 지사의 포토라인을 둘러싼 논란으로 또 다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뉴스1]

그럼에도 이번 일의 경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김 지사 측은 "1차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포토라인 해프닝은 이렇게 일단락 됐지만, 특검의 '언론 플레이' 논란 사례가 하나 더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에서 "특검이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여당 관계자는 "이번 일 때문에 자칫 '취재 거부하는 김경수'로 비난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허익범 특검은 7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특검은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특검 관계자도 "특검이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안된다는 게 수사 초기 다짐이었는데 특검팀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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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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