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추세였던 국내 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최근 2년 새 다시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간 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6일 발표한 '2018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금융부자 수는 27만8000명으로 전년 말의 24만2000명보다 15.2% 증가했다. 1년전(24만2000명)보다 15.2% 증가한 수치다.
2017년 말 현재 한국 부자의 금융자산 총 규모는 전년(552조원)보다 17.0% 증가한 646조원이었다. 국내 가계 총 금융자산의 17.6%에 달하는 비중이다. 1인당 평균 자산으로 환산하면 23억2000만원 꼴이 된다.
한국의 금융부자 수는 2013년 16만7000명에서 매년 꾸준히 10%대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늘어나고 있다. 자산규모도 2013년 369조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세계 경기 회복세와 주식시장 호황,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등이 맞물린 효과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들 금융부자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올해 기준으로 주택이나 건물, 상가, 토지 등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53.3%였고 금융자산이 42.3%, 예술품 등 기타 자산이 4.4%로 나타났다.
부동산 자산 비중은 2012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최근 2년 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에는 부동산 비중이 51.4%까지 떨어졌지만 이듬해 52.2%로 올랐고, 올해는 53.3%로 뛰었다. 최근 2년 사이에 집값이 많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자산의 가치도 높아져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들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중 주식 비중은 올해 11.8%로 1년 전의 20.4%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금융부자들의 서울과 강남 지역 거주 비중은 낮아졌다. 서울 거주자가 12만2000명으로 전체의 43.7%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았지만 지난 2013년의 47.3%에 비해서는 꽤 낮아졌다. 경기(21.3%), 부산(6.6%)이 뒤를 이었다.
서울 내에서는 이른바 강남3구라고 불리는 강남ㆍ서초ㆍ송파구의 거주자가 4만3000명으로, 35.6%를 차지했다. 이 역시 2013년의 37.5%와 비교하면 소폭 낮아진 수치다.
금융 부자들 중 사전증여를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전부 사전증여하겠다는 응답은 지난해 5.4%에서 올해 16.5%로 늘었다. 세제 혜택을 고려한 구상으로 보인다. 사전증여를 한 후 10년이 지나면 해당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증여 후 10년 이내에 부모 등 피상속인이 사망하더라도 해당 부동산은 증여 당시의 가격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만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자녀가 아니라 손자녀에게 직접 상속 또는 증여하겠다는 응답도 전년도 12%에서 올해 23%로 높아졌다. 이른바 격세상속이나 격세증여인데 이 경우에도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보다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