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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임명 대법관 8명 시대…대법 판결 변화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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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취임한 3명의 신임 대법관과 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부터 김 대법원장,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최정동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오전 취임한 3명의 신임 대법관과 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부터 김 대법원장,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최정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전체 대법관의 과반을 넘어섰다. 신임 대법관 3명이 2일 취임하면서 대법관 14명 중 8명이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들로 채워졌다. 향후 주요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대법관 3명 취임으로 전체 14명의 과반 넘어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 11월이면 '8명'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2층에선 김선수(57ㆍ사법연수원 17기), 이동원(55ㆍ17기), 노정희(55ㆍ19) 신임 대법관의 취임식이 열렸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률가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법원이 어려운 시기에 있다. 국민의 관점에서 접근해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자신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저의 경력과 관련해 공정성과 중립성,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를 우려하는 국민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도 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 1부,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은 각각 2부, 3부에 배정돼 재판업무를 시작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2명(조재연ㆍ박정화) 뿐이었다. 하지만 신임 대법관 3명이 취임하면서 7명으로 늘었고, 오는 11월 김소영(52ㆍ19기) 대법관이 퇴임하면 8명으로 늘게 된다. 헌법재판소와 함께 사법부 상층을 형성하는 대법원의 지각 변동은 향후 각종 주요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현 대법원이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기존 대법원과는 전혀 다른 전향적 판단을 잇달아 내놓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달라진 대법원, 시작은 '국정농단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달라진 대법원의 ‘특색’은 박근혜 정부 시절 불거진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에서 명확히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은 항소심 선고(1심 징역 24년)를, 특활비 뇌물 및 공천개입 사건은 항소심(1심 징역 8년)을 앞두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62)씨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1심 징역 20년) 선고도 곧 나온다. 사회적 파장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들은 모두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전망이다.

김기춘(79) 전 비서실장, 조윤선(52) 전 정무수석 등이 연루된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앞서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뇌물 수수,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 사건도 향후 전원합의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 사건도 영향받는다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평화의 소녀상. [중앙포토]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 조성된 평화의 소녀상. [중앙포토]

사법부를 강타하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일제시대 피해 사건들도 전원합의체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사건이다.

이 중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은 여운택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사건으로 2013년 파기환송심에서 각 1억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5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대법원은 지난달 27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검찰은 이날 이 사건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 외교부를 압수수색했다.

2016년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역시 향후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은 한 차례도 심리가 열리지 않고 2년 6개월째 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이동식 저장 장치)에서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게 적절하다’는 내용이 담긴 행정처 문건을 발견해 수사하고 있다.

전원합의체는 김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법원행정처장 제외)의 심리로 진행되며 다수결이 원칙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문 대통령 임명 대법관이 과반을 넘어선다는 것은 대법관 한명의 판단이 중요한 주요 사건판결에 있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한 고법부장 판사는 “현 대법원의 판단과 시각, 변경된 판례 등은 하급심 판사들의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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