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 코에 올려놓고 사흘간 바다 헤맨 범고래의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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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범고래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새끼를 자신의 코에 올려놓고 사흘 이상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새끼를 떠나 보내지 못한 어미 범고래의 이야기는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 보는 이들의 모성을 자극하고 있다.

어미는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면서 빅토리아 인근에서부터 시작해 산후안 제도와 캐나다 밴쿠버 주변까지 약 241㎞를 이동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고래연구센터]

어미는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면서 빅토리아 인근에서부터 시작해 산후안 제도와 캐나다 밴쿠버 주변까지 약 241㎞를 이동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고래연구센터]
어미는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면서 빅토리아 인근에서부터 시작해 산후안 제도와 캐나다 밴쿠버 주변까지 약 241㎞를 이동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고래연구센터]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4일 아침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빅토리아 앞바다에서 범고래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났다.

‘남부 거주 범고래’(Southern Resident killer whale)로 알려진 이 지역 범고래 무리에서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태어난 새끼였다. 그러나 새끼 범고래는 30여분 만에 죽고 말았다.

어미는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면서 빅토리아 인근부터 산후안 제도와 캐나다 밴쿠버 주변에 이르는 약 241㎞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있는 민간 고래연구기관 ‘고래연구센터'(CWR)는 26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남부 거주 범고래 J35가 새끼를 낳은 뒤 물 위로 들어 올리는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현장을 묘사했다.

연구진은 사흘이 지난 27일 아침 산후안 제도 남쪽 끝 부근에서 다시 어미를 목격했다. 어미는 죽은 새끼의 몸이 물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코 위에 놓고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고래연구센터 수석 연구원 켄 밸콤은 “가끔은 어미가 새끼의 지느러미발을 물어 사체를 끌어 올렸다”면서 “갓 태어나 지방층이 충분하지 않은 새끼의 사체가 가라앉으면, 어미가 물속으로 들어가 죽은 새끼를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밸콤은 “비통해하는 어미가 ‘왜? 왜? 왜?’라며 죽은 새끼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매우 극적이면서도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범고래와 돌고래 일부 종에서 죽은 새끼를 들어 올리는 행동이 간혹 관찰된다. 과학자들은 사회성이 강한 고래류에서 주로 발견되는 ‘애도 행동’으로 보는데, 길게는 일주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거주 범고래는 밸콤 팀이 관측을 시작한 1976년에는 70마리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보호정책에 힘입어 20여 년 뒤에는 100마리까지 개체 수가 늘었다. 하지만 다시 개체 수가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는 75마리만 남아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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