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야구대표팀 투수 '경고등', 11명 중 10명 평균자책점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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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야구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왼쪽 사진)은 올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왼쪽 사진)은 올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연합뉴스]

다음 달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대표팀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잇따르고 있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투수 11명 중 10명 부진 #지친 에이스 양현종 … 고장난 차우찬 #허벅지 근육 부상 최정 빠질 수도 #명단 조기 확정에 대해 비판 목소리

대표팀 주전 3루수 최정(SK)은 지난 24일 인천 두산전에서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했다. 선 감독은 “회복 상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교체 카드를 꺼내야 할 수도 있다.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주요 선수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특히 마운드의 부진이 심각하다. 선 감독은 지난달 11일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24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모두 KBO리그에서 뛰는 프로 선수들이다.

개막 후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기 전인 6월 11일까지의 기록과 그 이후부터 지난 24일까지의 기록을 비교해보니 투수 11명 가운데 10명의 평균자책점이 높아졌다. SK 언더핸드스로 투수 박종훈만 유일하게 평균자책점이 5.00에서 2.97로 낮아졌다. 11명 투수진의 전체 평균자책점은 3.65에서 5.50으로 치솟았다. 이번 대표팀 선발에는 올 시즌 초반 성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엔트리 발표 직전 성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경우도 있다.

선동열 감독의 걱정도 커졌다. [연합뉴스]

선동열 감독의 걱정도 커졌다. [연합뉴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라이벌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 위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한다. 대만은 한 수 아래라는 평가다. 한국은 2010년(광저우)과 2014년(인천)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린다.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인도네시아·홍콩과 함께 조별리그 B조에 속한 한국은 8월 26일 대만과 첫 경기를 치른다. 각 조 1, 2위 팀이 수퍼 라운드에 진출한다. 조별리그 1위는 1승, 2위는 1패를 안고 다른 조 1, 2위와 대결한다. 첫 경기인 대만전을 반드시 잡아야 결승까지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대만전에 나섰던 선발 투수가 엿새 뒤 치르는 결승전에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투수진 가운데 선발 요원은 양현종·차우찬·이용찬·임찬규·박종훈·임기영 등 6명이다. 이 중 국제 대회 등 큰 경기 경험이 가장 풍부한 건 양현종(KIA)과 차우찬(LG)이다. 둘 중 한 명이 대만전 선발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만전(3이닝 3실점)에 선발로 나섰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최근 몸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최근 선발 등판한 3경기에서 17이닝 동안 11점을 내주며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8일 광주 LG전에서는 홈런 2방을 맞고 5이닝 동안 5실점했다. 지난 22일 광주 KT 전에서는 6개의 볼넷을 내주며 5이닝 동안 3실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시안게임 엔트리 발표 전까지 2.81이던 평균자책점은 3.57로 치솟았다.

양현종은 최근 5시즌 동안 KBO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883이닝을 던졌다. 2016년 200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데뷔 후 첫 200이닝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도 193과 3분의 1이닝을 기록했다. 올해도 20경기에서 133과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지난해와 같은 31경기를 치른다고 할 때 210이닝을 던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철 체력을 지녔다고 해도 이렇게 쉬지 않고 던진다면 구위 저하는 피할 수 없다. 날이 더워질수록 구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양현종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KIA는 올해 6위로 처져 있다. 양현종에게 무작정 휴식을 주기도 어렵다.

양현종을 뒷받침해 줘야 할 차우찬의 부진은 더 심각하다. 차우찬은 최근 4경기 연속 6실점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1이닝 동안 6실점했다. 엔트리 발표 이후 1승 4패, 평균자책점 7.60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25일 "차우찬과 면담을 했는데 왼쪽 고관절이 계속 안 좋았다고 하더라. 당분간 1군에서 빠져서 주사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출전 투수 기록(24일 현재)

아시안게임 출전 투수 기록(24일 현재)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질 정우람(한화)·정찬헌(LG)도 엔트리 발표 이후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달 11일 이전까지 27경기에서 21세이브를 올렸던 정우람은 이후 12경기에서 7세이브를 추가했다. 평균자책점은 1.37에서 3.48로 올랐다. 최근 3경기에서 두 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표선수 확정을 너무 서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충분히 살펴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마감 시한은 지난달 30일이었지만 대표팀은 20일이나 먼저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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