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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응원하던 정치인이었는데 …” 노회찬 빈소 다녀간 일반인 1만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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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25일까지 1만명 이상의 조문객이 찾았다. 정치권 관계자들보다 일반인들의 조문이 훨씬 많았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경기 고양시에서 조문을 온 유인석(64)씨는 “노 전 의원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약자를 위해 싸우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떠나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슬퍼했다.

“늘 약자 편, 유쾌함 잃지 않던 분” #1시간 넘게 줄서 아쉬운 작별인사 #“정치자금법 손질해야” 목소리도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장례 이튿날인 24일 저녁 때는 퇴근한 직장인들의 조문 행렬로 빈소 입구에 긴 줄이 만들어졌다. 1시간 15분을 기다려 헌화를 했다는 정세영(29)씨는 “대학생 때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응원하는 정치인을 잃어 안타까운 마음에 일을 마치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오모(34)씨는 “문제 있는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그가 느꼈을 현실적인 한계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하며 유명인의 장례를 여러 번 봤지만 이렇게 많은 일반인 조문객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상주 역할을 하는 정의당 관계자들의 표정엔 깊은 상실감이 드러났다. 김종대 의원은 “노 전 의원의 빈자리가 워낙 커서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마음이 답답하고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이번 비극을 계기로 진보 정당이자 군소 정당의 한계를 되짚어보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비서관은 “당이 앞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회찬, 심상정 이후 정의당을 이끌어갈 새로운 세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군소 정당과 원외 정치인에 대한 정치자금법 문제가 이제야 부각됐는데 우리에게는 일상으로 겪는 어려움이었다”며 “정치할 기회도 공평하게 얻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故 노회찬 전 의원의 빈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을 지켜보는 조문객들. 송승환 기자

故 노회찬 전 의원의 빈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을 지켜보는 조문객들. 송승환 기자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포스트잇에 마지막 편지를 적어 추모 게시판에 붙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노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에서 올라온 한 한국GM 창원공장 직원은 “항상 노동자 편에 서 있던 정치인 노회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편지를 써온 초등학생 이든(10)군은 “엄마·아빠가 노 전 의원님을 많이 좋아해서 정의당사에서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뵈어서 아쉽고 슬프다”고 말했다.

故 노회찬 전 의원의 장례식장에 초등학생이 들고 온 손편지. 송승환 기자

故 노회찬 전 의원의 장례식장에 초등학생이 들고 온 손편지. 송승환 기자

5일장으로 치러지는 노 전 의원의 장례식은 앞선 사흘은 정의당장으로, 26일부터 이틀은 국회장으로 진행된다. 노 전 의원의 영정은 26일 오후 그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로 내려가 지역 주민에게 작별 인사를 할 예정이다. 노 전 의원의 유해는 화장하기로 결정했고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의 마석모란공원이다. 노 전 의원은 이제 한 줌의 재가 돼 영면하지만,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과 비극적 스토리는 한국 정치에 오랫동안 파문을 일으킬 것 같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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