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8전 8패 LG, 넥센에는 10승 2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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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상위 팀 사이의 천적 관계가 눈길을 끈다. 이들 사이의 승패는 승차를 1경기 늘리거나 좁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5일 잠실 SK전에서 견제구에 귀루하는 두산 오재원(왼쪽). 1루수는 로맥. [연합뉴스]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상위 팀 사이의 천적 관계가 눈길을 끈다. 이들 사이의 승패는 승차를 1경기 늘리거나 좁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5일 잠실 SK전에서 견제구에 귀루하는 두산 오재원(왼쪽). 1루수는 로맥. [연합뉴스]

LG→넥센→두산→SK→한화→LG→ ….

LG → 넥센 → 두산 → SK → 한화 → LG #상대전적에서 묘한 먹이사슬 형성 #가을야구 길목, 물고 물리는 1~5위 #2~5위 싸움이 후반기 관전포인트

올 시즌 프로야구 상위권 팀들은 묘한 먹이사슬로 엮여있다. 1위 두산부터 5위 넥센까지 물고 물리면서 순환한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우로보로스를 떠올리게 한다.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후반기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팀들 간 상대 전적은 앞날을 예측하는 중요한 분석 포인트다. 승리 그 자체도 소중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선두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을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반기 들어 연승 가도를 달리며 2위권과 승차를 10경기(23일 현재)까지 늘렸다. 두산은 20일부터 상위권인 LG-SK-한화-LG를 차례로 상대하면서 1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두산이 무서운 건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9개 팀 중 8개 팀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대전적에서 두산을 유일하게 앞선 게 5위 넥센이다. 넥센은 올 시즌 두산전 6승5패다. 두산 입장에선 넥센이 5위이기 때문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기 쉽지 않다는 게 다행일지 모른다.

1~5위 팀 천적관계

1~5위 팀 천적관계

2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SK와 한화. 그런데 SK는 돌풍의 한화가 하나도 두렵지 않다. 한화전 8승4패다. 정규시즌을 동률로 마칠 경우 상대전적에서 앞선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SK는 4위 LG에도 6승4패로 앞서 있다.

SK의 필승카드라면 단연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쌍둥이 킬러’이자 ‘독수리 사냥꾼’이다. LG전 통산 18승11패·평균자책점 3.05이고, 한화전 통산 11승6패·평균자책점 2.89다. 반면 SK로서는 두산이 껄끄럽다. 상대전적에서 2승5패로 뒤진다. SK의 가공할 장타선도 드넓은 잠실구장에선 위력이 줄어든다.

한화는 서울 팀만 만나면 기세등등이다. LG(8승4패)에도, 넥센(8승6패)에도 모두 우세하다. 선두 두산을 상대로도 4승5패로 괜찮다. 한용덕 감독 등 한화 코치진 상당수가 지난해까지 두산에 몸담은 덕분에 상대를 잘 안다. 최강인 두산 타선도 한화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는 11명의 타자가 안타 1개를 뺐는데 그쳤다. 한화 선수들은 잠실구장이나 고척스카이돔에서도 자신감이 있다. 원정이지만 경기장을 찾는 한화 팬이 많고, 이들의 응원도 대전 팬 저리 가라 할 만큼 뜨거운 덕분이다. 한화 4번 타자 제러드 호잉은 “서울의 한화 팬들 목소리가 크다. 잠실은 자주 경기를 치러 익숙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KBO리그 데뷔전인 7월 24일 대전 KIA전에서 역투하는 한화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헤일.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KBO리그 데뷔전인 7월 24일 대전 KIA전에서 역투하는 한화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헤일.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올 시즌 KBO리그를 좌지우지하는 팀은 LG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연승과 연패를 오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두산전 8전 전패 등 상위 팀엔 약한 LG가 중하위권 팀만 만나면 유난히 강하다. 포스트시즌을 어느 단계에서 시작하는지에 따라 LG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LG는 5위 넥센을 상대로 10승2패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의 상대전적도 30승1무13패로 압도한다.

넥센 장정석 감독이 “LG전을 반타작만 했어도 지금보다 위에서 순위싸움을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할 정도다. LG는 오히려 넥센을 뒤쫓고 있는 6위 KIA가 껄끄럽다. 7승5패로 우위지만 매번 접전이었다. 12경기 중 9번이 3점 차 이내다.

하위권 팀 사이에선 순위가 곧 천적 관계다. 7위 삼성은 8위 롯데를 상대로 10승2패로 매우 강했다. 특히 포항에서 열린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삼성이 싹쓸이하면서 두 팀 간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은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을 되살렸다. 롯데는 9위 KT에 분풀이했다. 8승1무2패다. 대신 KT는 10위 NC에 8승3패를 거두면서 창단 후 첫 ‘탈꼴찌’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상대 전적이 모든 걸 설명하는 건 아니다. ‘KBO리그 식’ 포스트시즌에선 상위 팀이, 경기를 더 많이 치르는 하위 팀보다 유리하다.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에선 1위 팀이 9번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두 팀 간 상대전적은 2위 두산이 1위 KIA에 앞섰지만(8승1무7패), 한국시리즈에선 KIA가 4승1패로 승리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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