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고 있어"…절규 가득찬 해병대 헬기사고 장병 영결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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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유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유가족이 마지막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 아들 한번 만져 보자! 이거 놔!"

23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도솔관은 절규와 눈물로 가득 찼다. 지난 17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탑승했다가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영결식이 열린 날이었다. 태극기에 싸인 관이 건물로 들어서자 유가족들은 군인들을 밀쳐내고 관 위에 쓰러지다시피 하며 통곡했다.

영결식엔 유가족과 친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해병대 장병, 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이 시작되자 참석자들 사이로 고(故) 김정일 대령, 고 노동환 중령, 고 김진화 상사, 고 김세영 중사, 고 박재우 병장 등 5명의 영현이 영결식장으로 입장했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유가족이 마지막길을 배웅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유가족이 마지막길을 배웅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영결식 내내 속이 끊어지는 듯한 절규를 멈추지 못했다. 눈물을 쏟으며 중간중간 "이게 뭐야!" "내 아들!"이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영결식은 영현 입장에 이어 개식사,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보고, 조사, 추도사, 종교의식, 헌화와 분향, 조총 발사와 묵념, 영현 운구 등 순서로 이어졌다.

사고 직후 헬기의 정비 불량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유가족들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 박재우 병장의 아버지 박영호(51)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유족과 동조 단식해 믿고 지지했다"며 "하지만 나라를 위해 군대에 보냈다는 이유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보냈던 안쓰러움을 순직 장병 유가족에게도 보낼 수 없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2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부대 내 도솔관에서 엄수된 마린온 헬기사고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뉴시스]

2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부대 내 도솔관에서 엄수된 마린온 헬기사고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뉴시스]

또 다른 유가족은 "조국을 위해 희생한 장병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누가 군에 가려고 하겠느냐"며 "국군 통수권자가 주검으로 돌아온 저희를 위로해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아픔을 호소하느냐. 국가를 위해 순직한 장병을 이렇게 취급하면 누가 군에 가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순직 장병들은 영결식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군 관계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군 관계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직장병들은 앞서 17일 오후 4시45분쯤 포항 해병대 1사단 영내 비행장 활주로에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에 탑승한 후 시험비행 중 10여m 상공해서 추락해 숨졌다. 함께 탑승했던 김모 상사는 중태에 빠져 울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당시 폐쇄회로TV(CCTV)를 보면 사고 헬기는 이륙 후 4~5초 만에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동체가 추락했다. 회전날개를 고정하는 장치 부분 결함이나 정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놓고 해병대와 해군 등이 조사하고 있다.

20일 오후 포항 해병대 항공대 마린온(MUH-1)헬기 추락 사고 현장에 널부러진 파편들. [뉴스1]

20일 오후 포항 해병대 항공대 마린온(MUH-1)헬기 추락 사고 현장에 널부러진 파편들. [뉴스1]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위로의 말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클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썼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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