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공정가액·공시가격 다 올리면…3주택자 보유세 1167만원→2836만원 폭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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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동시에 올리고,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현실화하는 방안까지 실행된다면 다주택자들은 말 그대로 ‘세금 폭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1주택자들이 내야 하는 보유세도 기존보다 많이 늘어난다. 중앙일보가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의 조언을 받아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른 추가 세 부담을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부동산 세제개편, 시뮬레이션 해보니 #공시가격 현실화가 가장 충격 커 #다주택자는 '세금 폭탄' 피할 수 없어 #"단계적 인상, 거래세 인하 등 숨통 터줘야"

정부의 부동산세 개편안대로 과세표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세율을 0.1~0.5%포인트 인상하고, 현재 80%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포인트씩 90%까지 올려도(2020년 예상) 대부분의 1주택 보유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세표준 6억원(공시가 약 16억원) 이하의 경우 세율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금액 이상의 고가 주택도 보유세가 늘어나는 폭은 제한적이다. 공시가격 19억7600만원의 서울 반포 주공1 107.47㎡를 소유한 1주택자 A씨가 내야 할 보유세는 796만원으로 올해보다 33만원 늘어난다.

그러나 개편안에 더해 공시가격까지 현실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50~70% 수준에서 형성돼있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80%로 올릴 경우(현재 60% 가정) A씨의 보유세는 1217만원으로 올해보다 59%나 늘어난다. 종부세는 물론 재산세의 과세표준에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세 부담도 덩달아 급증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낮은 서울 마포 래미안 84.59㎡(공시가 6억8800만원)와 서울 옥수 파크힐스 84.30㎡(공시가 7억700만원)도 개편안만 적용할 경우 보유세는 각각 180만원ㆍ187만원으로 올해와 같다. 그러나 공시가격을 올리면 각각 267만원ㆍ278만원으로 지금보다 세 부담이 48%나 급증한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충격의 강도가 셀뿐 아니라, 재건축부담금 등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충격의 범위도 넓다”며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든지, 임대사업으로 등록하든지 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최고 0.3%포인트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할 3주택자의 부담은 충격이 더 크다. 지금도 다주택자는 1주택자에 비해 차별받는다. 다주택자는 과세표준에서 6억원을 빼주고 세금을 매기지만, 1주택자는 이보다 많은 9억원을 공제해준다. 1주택자는 나이가 많거나 집을 오래 보유하면 최대 70%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혜택도 있다.

예컨대 서울 잠실 엘스 84.80㎡, 경기 과천 부림 주공9 47.30㎡, 서울 이촌 한가람 59.88㎡ 등 세채(공시가 총 20억4900만원)를 가진 3주택자 B씨는A씨와자산 규모는비슷하지만, 올해 보유세 부담은 1167만원으로 A씨보다 404만원 많다.

앞으로 둘 간의세금 차이는 더 벌어진다. 개편안대로라면 B씨의 보유세 부담은 1648만원으로 올해보다 41.27% 늘어난다. A씨보다 852만원이나 많다. 여기에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80%로 올리면 B씨의 보유세 부담은 2836만원으로 올해보다 143% 폭증한다. A씨의 배를 훌쩍 넘는다.

국토부는 '국토교통분야관행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공시가격을 시세에 가깝게 올리는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시세반영률을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또 보유세 상한제 규정에 따라 실제로 보유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전년도의 50%를 초과해 늘어나진 않는다.

그런데도 다주택자와 비교해보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의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 부담이 주목을 받는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공시가격이 시세에 가까워질수록 다주택자들은 가족들에게 증여하거나 '똘똘한 한 채'를 뺀 나머지 주택을 매각해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조정은 워낙 다양한 분야에 큰 파장이 몰고 오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럼에도 주택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취득세 등 거래세 인하를 통해 시장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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