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빼곤 거의 '파병 눈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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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을 요청받은 나라들은 일단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추이를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은 동맹 관계에 있는 10여개국을 상대로 파병을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1천5백명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힌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유엔의 승인과 의회의 동의부터 얻어야 한다는 이유를 대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당초 6만명선으로 잡았던 외국군 규모를 1만~1만5천명선으로 낮췄으나 이마저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라크 주둔 외국군을 유엔 산하의 다국적군으로 전환시키는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되면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초강대국 미국의 요청과 이라크 복구사업에 걸린 이권을 감안해 결국은 파병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프랑스.러시아의 행보가 변수다. 이들 국가는 미국이 이라크 과도 정부에 주권을 이양하는 데 동의해야 결의안에 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이라크전 반대로 소원해진 미국과의 관계 회복과 이라크 내 이권 확보를 위해 미국이 어느 정도 양보 의사를 보일 경우 결의안 찬성은 물론 파병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미국의 이라크 주권 이양을 앞장서서 요구하고 있는)프랑스도 유엔 승인 하의 다국적군 체제에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안보리 결의를 둘러싼 협상이 결국은 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사담 후세인 정권시절 확보한 이라크 내 유전개발권 유지를 위해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리에서 결의가 통과되면 우선 방글라데시.터키.파키스탄 등이 파병을 결정할 것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관측했다. 파키스탄은 1만명, 터키는 5천~1만명 파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태국도 4백여명의 병력을 파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의회가 이라크 재건을 위해 1천명의 병력 파견을 승인했으나 오는 11월 중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추이를 지켜보며 파병을 미루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파병을 전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강력한 파병 요청과 보통 국가화를 추구하는 내정상의 필요에 따라 선거가 끝나면 파병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12만7천명) 외에 19개국에서 파병된 병력 2만2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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