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측근 “피해자가 안희정을 ‘하늘’이라 부른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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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씨, 안희정 전 지사 ‘하늘’이라 불렀다”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재판에서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지탱하고 기댈 수 있다는 뜻으로 ‘하늘’이라 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씨 지인 성모(35)씨는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에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씨는 지난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안 전 지사 캠프에서 ‘청년팀’ 팀장을 맡았다. 김씨 등 캠프 내 ‘청년그룹’과 가깝게 소통하던 사이였다. 그는 김씨와 통화는 물론 휴대폰 메신저로도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씨는 이날 “김씨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사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김씨가 평소에 (안 전 지사를 가리켜) ‘하늘’이란 말을 썼다. 그때는 절대 권력을 뜻한 건 아니었고 자기가 기댈 수 있는, 그래서 어려움,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의미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방송 다음 날 인터뷰를 보게 됐다”며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고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3월 5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네 의견을 달지 말라, 날 비추는 거울이다’ 이렇게 말했다”고 얘기한 바 있다.

또 성씨는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해서 김씨가 사용한 단어들을 알고 있는 편인데 인터뷰에서 사용한 단어는 이상하다고 느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김씨가 평소에 ‘수행비서란 모두가 노(No)라고 해도 피고인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며 “수행비서는 안 전 지사의 호위무사라는 사명감을 갖던 친구였다. 인터뷰를 직접 보고는 신뢰를 잃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단은 성씨와 김씨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해 9~11월 성씨에게 ‘이용당하다 버려질 것 같다. 지사님 위해 일하는 게 행복해서 하는 건데 지사님 말고는 아무것도 날 위로하지 못한다’ ‘새 업무를 맡게 됐다. 지사님을 더 알아갈 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서운하다. 거리감이 멀어지니까’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잔바람이 날 찌른다. 마음에 안 들지만 큰 하늘이 날 지탱해준다’ ‘지사님 하나 보고 달리는데 멀어지니까 서운하다’ 등의 내용도 있었다.

‘권위적이었다’고 김씨 측이 가리킨 경선 내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캠프가 젊어서 활기차고 분위기가 좋았다”고 반박했다. 성씨는 자주 청년팀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말에 대해 “처음 선거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선거법 저촉되는 의견도 많아서 열에 아홉은 반영이 안 됐다”면서 “이견을 제시했을 때 묵살하는 것은 묵살이 맞지만 의견반영이 안 됐다고 묵살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성씨는 “그렇지 않다. 팬심과 존경심을 보인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가 성씨에게 ‘내 사장(안희정)은 내가 지킨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수행업무를 잘하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풀이했다”고 설명했다.

신문 마무리 전 성씨는 “김씨에게 묻고 싶다. 김씨가 느낀 남녀문제나 인간관계 문제 있을 때 내가 도움됐던 사람인지 억압했던 사람인지. 그건 김씨가 제일 잘 알 것”이라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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