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유치한 날 금 쏟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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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월30일은 행운의 날>
○…9월30일은 한국에 여러 가지로 인연이 깊은 행운의 날.
이날 양궁과 탁구 등에서 금메달 2개를 비롯한 7개의 메달이 쏟아지자 7년 전 이날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이 확정될 당시의 함성과 같은 환호가 전국에 메아리쳤다.
지난 81년 9월30일 올림픽유치 성공에 환호를 올렸던 국민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양궁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쓴 데 이어 밤 9시가 못돼 여자탁구복식에서도 금메달이 나오자 곳곳에서 함성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특히 한국선수단은 이날이야말로 올림픽을 유치하고 메달도 가장 많이 따낸 한국스포츠의 생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마란치도 탁구 관심>
○…남녀복식결승이 벌어진 탁구경기장에는「사마란치」IOC위원장이 나와 올림픽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탁구경기를 유심히 관전.
「사마란치」위원장은 특히 한-중국여자복식경기의 수준과 열도에 감탄한 듯 옆자리의 최원석 대한탁구협회 회장에게『한국선수들의 기술이 뛰어나다』고 칭찬.
한편 이 자리에 나온 IOC관계인사들은 한국관중의 과열응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한국 탁구에 대한 국민성원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고 한마디씩.

<"일본 유도는 멸망" 개탄>
○…유도에서 단 1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해 종주국의 체면이 크게 깎인 일본 팀은 30일 열린 95kg급에서도 믿었던「스가이」마저 첫 경기에서 맥없이 판정패를 당하자 더욱 침통한 분위기.
이날 2백여 명의 일본인 관중들은「스가이」와 함께 강력한 금 후보로 꼽히던 한국의 하형주 선수가 1화전에서 패해 탈락했을 때에도 즐거운 기색을 애써 드러내지 않는 등 조용히 관전하다「스가이」가 매트에 나서자 품속에서 일제히 일장기를 꺼내 흔들며 열광적인 응원을 했으나 맥없이 지고 말자 적잖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편 MPC의 일본기자들은『우리의 안이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미 일본이 세계정상이 아닌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일본유도는 멸망했다』며 개탄했다.

<순식간에 2백 벌 쌓여>
○…개촌식 직후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배지교환이 일부 상혼에 더럽혀져 시들해져 가는 선수촌 내 국기광장에 30일 때아닌「체육복교환」시장이 벌어져 많은 선수고객들의 관심이 집중.
새롭게 나타난 체육복교환은 스포츠업체인 프로스펙스에서 각 국의 체육복샘플을 모으기 위해 낸 아이디어로, 체육복과 T셔츠 등을 대형박스에 담아와 즉석에서 각 국 선수들이 입고 있던 체육복과 교환하기 시작한 것.
순식간에 2백여 벌의 각 국 체육복이 수북이 쌓이자 한 프로스펙스 직원은『샘플수집을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각 국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엄청나게 효율적』이라며 싱글벙글.


○…김집 한국선수단장은 30일 오후 쉐라톤워커힐 한국관에서「에비·데니스」미국선수단장 및 임원과 미NBC-TV의 간부직원을 초대, 불고기로 저녁을 대접하고 환담했다.
양국선수단의 간부임원 4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김집 단장은『지난 47년 한국이 IOC에 가입할 때 미국의「브런디지」IOC위원이 적극 도와준 은혜를 잊을 수 없다』면서『한미양국의 1세기동안에 걸친 우호관계는 영원히 변할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
김 단장은 또『20세기 초기에 낯선 근대 스포츠를 서양문물과 함께 우리나라에 전수해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미국 선교사들이었다』며 『우리속담에 새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랜 친구를 홀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오랜 동안 미국인이 우리에게 베풀어준 물심양면의 도움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여 하키 격려>
○…올림픽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에「그라운드의 붉은 땅벌」들이 또 한 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했던 30일 성남공설운동장의 하키결승은 끝내 은메달로 일단락.
그러나 관중들은 우리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멋진 스틱웍을 구사할 때마다 열띤 성원을 보냈는가하면 패권다툼에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어도 박수를 보내는 등 그동안의 노력을 위로.
이날 경기에는 노태우 대통령 내외와 박세직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등 국내외 주요인사들이 참석, 여자하키의 결승전을 지켜봐 하키에 대한 관심을 입증.
노 대통령은 경기시작 5분전에 경기장에 도착, 전 후반 경기를 모두 지켜본 뒤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온 선수들과 박영조 감독 등을 격려하는 한편 호주 팀에게도 올림픽우승을 축하해 내 외신 기자들의 스폿트라이트를 받기도.
대통령의 축하인사가 있자 본부석부근 관중석의 호주응원단들은 자국의 상징인 캥거루를 그려 넣은 초록색응원기와 국기를 흔들며 환호, 감격의 순간을 만끽.

<스웨덴 10명 1t 화물>
○…올림픽 폐막을 앞두고 올림픽 패밀리의 출국대열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외국 선수· 임원들은『SLOOC측이 1인당 50kg이하의 짐을 무료로 처리키로 항공사들과 사전합의 했다』면서 초과운임을 지불하지 않거나 자신의 짐을 공항청사밖에 내버려두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해 수속이 지연되고 항공기가 연발하는 등 말썽.
출국 자들은 한결같이『SLOOC가 각 국 NOC를 통해 짐을 출국 장 청사에 갖다 놓으면 항공사에서 운반, 탑재해주며 50kg까지는 무료로 처리키로 됐다고 통보했다』고 주장, 항공사 측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29일 오전5시에는 동독선수단이 출국하면서 짐을 청사 밖에 놓고 비행기에 탔다가 뒤늦게 개인별로 다시 체크인하는 소동을 벌였는가 하면 30일에는 스웨덴 선수 10명이 무려 1톤 무게의 화물을 가지고 와『공짜로 해주기로 했다』고 떼쓰는 바람에 결국 5백kg에 대한 운임만 후불로 받기로 하고 실어주는 촌극.
○…서울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성공을 거둔 태권도에 대한 각 국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히 공산권에서 태권도교본을 구해달라고 주문이 쇄도.
그런가하면 한국에 와있는 각 국 태권도선수들은 국기원과 도장을 찾아다니며 한국 사범들에게 기술지도를 요청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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