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 “상속·증여세 탓 가업 못 잇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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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류 전문기업 A사의 역사는 70년이 넘는다. 해방 직후 창업해 3대째인 현재 사장에 이르기까지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가업승계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바탕으로 신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장류 전문기업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47%가 장애물로 과한 세금 꼽아

한국의 여러 중견기업도 이 기업처럼 가업을 이어가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큰 걸림돌이다.

8일 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가 발간한 ‘2017 중견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7.2%의 중견 기업인이 기업승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제도(31.2%)’, ‘후계자 역량 부족(19.2%)’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11월 125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규태 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일부 편법 승계와 준비되지 못한 후계자의 일탈은 분명히 기업이 자성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이로 인해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질시하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인 최대주주 할증률까지 더하면 최대 65%까지 치솟는다. 승계가 기업 재도약의 기회가 아닌 기업 포기의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중견기업인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중견기업 세 개 중 하나는 십수년 내 기업 승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다 많은 명문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41.6%의 중견기업인이 응답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33.6%)’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세제혜택 부여(30.4%)’ ‘기업승계 부정적 인식 개선 캠페인(28.0%)’ ‘공익법인·차등의결권 등 기업승계 방안 추가 개발(20.8%)’ 등이 구체적인 정책 수단으로 꼽혔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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