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협상 진전있다" 폼페이오에 빅터차 "돼지에 립스틱 칠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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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 결과를 놓고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했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처음으로 1박 2일을 보냈지만 세 번 방북 중 결실이 가장 적은 방북”이었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이 진전을 이뤘다고 했지만 돼지에게 립스틱 칠하기 같은 포장”이라며 “아무 결과도 생산하지 못한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군부 한 구 7만 달러 돈벌이, #유해 송환은 유족들 위해 선의로 해야" #카자니스 "북미 충돌 경로로 되돌아가"

방북에 동행했던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수행단들은 북한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는 걸 보여줄 가시적 결과를 얻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과거 두 번의 방북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핵무기 시설에 대한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 비핵화 정의에 대한 북한의 문서화된 성명 등 미국의 첫 번째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라도 얻었느냐는 질문에 상세 답변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CSIS 한국석좌)[NBC방송 캡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CSIS 한국석좌)[NBC방송 캡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NBC방송에 출연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한국전 실종자ㆍ전쟁포로의 유해 송환에서 진전이라도 기대했지만, 추가 회담 일정을 잡는 데 그쳤다”며 “내가 알기로 이 같은 지연은 북한에 송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불합리하다고 비판한 건 10년 전 협상과 똑같은 각본”이라며 “우리가 미국 대통령을 싱가포르까지 1만 마일(1만 6000㎞) 멀리까지 보냈지만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건 전혀 고무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을 고통스럽게 했던 제재를 조용히 해제하고 있고,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스포츠 대표단 교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협상에 매우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도 평했다.

대북 특사로 방북한 적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 대사도 유해 송환 대가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에서 “과거 미국이 북한이 유해 한 구당 7만 달러(약 7800만원)를 지급한 적이 있다”며 “따라서 북한 군부가 외화를 벌어주는 미군 유해 송환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하지만 “내가 2007년 방북해 유해 7구를 송환해올 때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유해 송환은 돈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희생자 유족을 위해 선의의 제스처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리처드슨 전 미국 유엔주재 대사[AP=연합뉴스]

빌 리처드슨 전 미국 유엔주재 대사[AP=연합뉴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에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은 건 분명하며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할 어떤 의도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실질적 조치를 요구한 게 오히려 북한의 분노를 일으켰다”면서 “그도 이제 우리가 한동안 주장했던 북한의 전략과 의도의 실상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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