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철인」누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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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올림픽에서 탄생될「세계의 철인」은 과연 누구인가.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도로 시험하는 남자육상 10종 경기가 28일 1백m경기를 필두로 돌입함으로써 세계 스포츠팬들은 서울에서 탄생될「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종 경기란 한 선수가 이틀동안 달리고, 뛰고, 던지는 소위 육상경기 전 종목을 대변하는 10개 종목을 치러 종합 득점으로 패권을 가리는 경기.
첫날은 1백m·멀리뛰기·투포환·높이뛰기 및 4백m등 5개 종목을 치르며 이튿날 1백10m허들·투원반·장대높이뛰기·투창 및 1천5백m경기 등 나머지 5개 종목을 마저 치러 경기를 마무리 짓게된다.
따라서 10종 경기는 달리기·뛰기·넘기 및 던지기 등 각 종목 특성에 따른 기술은 물론 엄청난 체력을 요구할 뿐 아니라 기민한 사고와 뛰어난 적응력까지 필요로 하는 만능 육상선수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시험해보는 경기다.
서울올림픽 10종 경기는 특히 역대올림픽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세계적인 슈퍼 철인들이 대거출전, 패권의 향방은 막판까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우선 세계최고기록 보유자이며 80년 모스크바, 84년 LA올림픽을 2연패한 영국 육상의 영웅「델리·톰슨」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다.「톰슨」은 올림픽 2연패 뿐 아니라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8천6백48점을 마크, 첫 번째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이후 82년에 두 차례, 84년에 한 차례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LA올림픽 때 수립한 세계최고기록 (8천8백47점) 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초 연습도중 입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대회에 출전치 못했으며 87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최악의 기록인 8천1백24점을 마크, 9위에 머무르는 수모를 겪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톰슨」의 아성에 도전하는 새시대의 기수로는 동독의「토르스텐·포스」.
81년 유럽주니어 육상선수권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포스」는 이듬해인 82년 주니어 최고기록을 수립했고 85년 유럽컵 대회에서 우승, 세계제패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톰슨」을 비롯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톰슨」의 독주시대에 막을 내리게 한 장본인이다. 올해 25세로 1m86㎝·88kg의 체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종목에 걸쳐 기복 없는 기량을 최대 장점으로 하고있다.
「포스」와 함께「톰슨」의 라이벌로 지목되고 있는 다크호스는 서독의「주르겐·힝센」.
「힝센」은 LA올림픽에서「톰슨」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친 한을 이번 대회에서 설욕하려고 벼르고 있다. 82년부터 84년까지 3년 동안 매해 한차례씩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해 줄곧 「톰슨」을 위협해왔으나 주요 국제대회에서는「톰슨」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항상 2위에 그치는 불운을 겪은 선수다.
그러나 이 불운이 서울에서 재연됐다. 대회 첫 날인 28일「힝센」은 첫 이벤트 1백m레이스에서 연속 세 번이나 플라잉(부적출발) 을 범함으로써 어이없이 실격되고 만 것이다.
따라서「스포츠의 왕」의 최고의 영예는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는 젊은「포스」와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백전노장「톰슨」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들 두 명중 어느 누구가 최후의 왕관을 차지하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서울올림픽 금메달은 이들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영광이자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최후의 승자는 서울올림픽에서 위대한 탄생으로 거듭나게되는 셈이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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