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 경쟁은 「도핑」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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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올림픽 약물 검사팀은 경기기간 중 양성반응을 나타낼 선수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실제적인 약물복용 선수들을 모두 적발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근육강장제인 애너볼릭 스테로이드를 통상복용하고 있는 선수들이 약물탐지를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약물투여 중지시간을 알고 있으며 의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스테로이드의 사용 흔적을 은폐시킬 수 있는 위장물질을 같이 복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선수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메달을 따낼 수 있게됐으며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도 약물의 우위를 판가름하는 대회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
올림픽에 참가한 1만3천명의 선수들 가운데 몇 명이 훈련 중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을 사용했는가를 밝혀내는 것은 선수들 자신이 인정하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선수들의 자백은 아주 드문 일일뿐더러 어느 나라가 이러한 약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가의 여부도 거의 밝혀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방세계의 선수들과 의료진들은 동구권 선수들이 규칙을 위반한다고 의심을 품어왔으며 동구권선수들과 의료진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 때문에 약물복용 선수들의 수효는 짐작으로만 가능할 뿐이고 그 수치는 대략 3%에서50% 정도일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실제 약물복용자의 숫자는 경기 중 적발되는 선수의 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믿어진다.
미국 올림픽위원회 의료반장 「로버트·보이」 박사는 『사기꾼들이 이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선수들이 약물테스트를 속여넘기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의료팀이 적발해낼 수 없는 기막힌 위장물질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과 여타 국제경기의 약물테스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금지한 수백 종의 약물사용 여부를 밝혀내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스테로이드가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약물로 사용됨에 따라 약물테스트 양성 판별자의 수치는 2%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 수치는 16일간의 경기에서 약 1천6백명의 무작위 추출되는 선수들과 메달수상자 전원에 대해 실시되는 약물테스트의 예상과 같은 수치다.
의료기술의 꾸준한 발전과 함께 선수들은 더욱 더 약물복용의 유혹에 빠져드는 경향이다.
그러나 약물검사 자들은 약물을 조달하는 의사들이 체내에서 약물을 씻어내는 적절한 시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수들의 유혹을 단념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스테로이드의 경우는 의학연구팀들이 탐지가 불가능한 위장물질을 속속 만들어 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 범 미주대회에서 의료진이 최초로 프로베니시드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위장물질을 발견해냈으며 이 물질은 지난 1월 IOC의 금지약물 리스트에 추가됐다.
그러나 「보이」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사용에 관계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같은 위장목적에 쓰이는 다른 물질을 발견해냈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약물 검사자들은 이 약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이」 박사는 그 물질의 주요정보원에 대해 언급하면서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선수들이 말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선수들은 우리의 약물테스트를 장난 정도로 알고 있다.
근본적으로 선수들을 놀라게 하는 발표되지 않은 검사방법을 시행할 때까지 우리가 하는 일은 쓸모 없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스테로이드 암거래는 성장산업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스웨덴 세관은 2백20㎏의 스테로이드를 압수하고 운동선수 10명을 체포했다. 스웨덴 검찰은 애너볼릭 스테로이드의 밀반입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 박사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들 주치의를 과대 신임하고 있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조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이」 박사는 또 『의사들은 자신들의 진단을 따르면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스테로이드』라고 말했다.
사격선수들의 신경안정제로 쓰이는 암페타민·코카인·이뇨제·베타블라커 등 약물복용 문제는 국제스포츠계에 널리 뿌리 박혀있어 의료관리들은 사람들이 올림픽이나 여타 경기를 회의와 냉소로 바라보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림픽 의료전문가들도 인정하듯 약물복용으로 유리한 점수를 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테스트를 전세계적으로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단지 영국·캐나다·노르웨이·스웨덴 등 몇 나라만 이런 계획을 하고있다.
그러나 IOC가 오는 11월 모스크바에서 열릴 세계 체육장관회의에 제출할 새로운 국제약물규정에 그 절차와 방법을 명문화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계획에 따르면 선수들은 연습전후 어느 때라도 약물검사를 받도록 되어있다.
영국 의약협회 「안달」 박사가『효과 있었다』고 말한 것처럼 몇몇 나라에서는 잘 시행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민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법 제정 절차가 길고 연방정부가 스포츠와 직접 관계없는 미국 같은 데서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운동선수들은 심지어 공식적인 약물검사에 소송을 제기, 승소한 바도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시험을 치를 때처럼 약물검사를 하기 24시간 또는 48시간 전에 사전통고를 해주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아주 유효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보이」 박사는 주장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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