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기KT배왕위전] 옥쇄만이 사는 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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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40기KT배왕위전'

<예선 하이라이트>
○ . 고근태 5단 ● . 이세돌 9단

공격과 타개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울까. 물론 공격이다. 조훈현.이창호.이세돌.박영훈 등 고수는 모두 잘 훈련된 '36계'의 대가다. 그들은 공격보다 타개가 효율도 높고 통하기 쉬운 종목임을 어려서부터 간파한 사람이다. 그러나 공격은 제대로 듣기만 하면 커다란 이윤을 남겨 준다는 점에서 언제나 유혹적이다. 특히 상대방 돌들이 엷어 터져 급소가 척척 보일 때는 공격보다 쉬운 종목도 없다.

장면도(98~112)=양곤마가 몰리고 있다. 백이 흑의 '옭기'에 걸려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고근태 5단의 98과 100은 절묘한 맥점. 104에 이르러 이곳 백은 흑 넉 점을 잡고 살아가는 데 성공했다. 얼핏 흑의 이세돌 9단이 망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이란 일단 집이 되면 귀퉁이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흑은 105부터 이쪽 백을 공격하는 권리를 남겨 두고 있다. 106에는 107. 이세돌의 창 끝이 날카롭게 백의 심장을 노린다. 고심하던 고근태 5단은 108, 110으로 타협책을 찾는다. 백△ 한점을 떼어 주더라도 두터움을 회복한 다음 112로 막아 최후의 일전을 벌여 보겠다는 생각이다.

하나 이 전략은 유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만약 흑이 A와 B 선으로 중앙 집을 완성시킨다면 이 흑집은 무려 80집을 호가한다. 귀퉁이 백집을 아무리 다 합해도 상대가 안 된다.

참고도=불리한 만큼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백1로 잇고 버텨야 했다. 옥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지만 이런 거친 승부만이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수 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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