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이 때리고 폼페이오가 달래러? 美 ‘굿캅 배드캅’ 北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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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7일 평양을 방문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를 하기로 한 가운데 워싱턴에선 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의 재부상과 이어지는 북한의 비밀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보도다.

6·12 정상회담을 앞두고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은 급격히 약해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북한과의)회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북 견제구를 날리며 재등판을 공식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번째 중국 방문을 마친 시점이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에는 미 CBS 방송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내 해체하는 방법을 북한과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2일 정례브리핑에서 ‘1년 시간표’와 관련, “현재로선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다”고 한 것은 이것이 미 행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라는 점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쏟아져나오는 ‘정보당국발’ 보도들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30일 CBS와 워싱턴포스트(WP) 보도로 제2의 비밀 핵시설인 강선(강성)의 존재가 드러났고,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2일 군사정보를 인용해 북한이 올 상반기에도 신형 탄도미사일 지원장비와 발사대를 계속 생산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후속협상을 앞두고 ‘굿캅 배드캅’ 전략으로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워싱턴에서 배드캅들이 활약하며 북한을 믿어선 안 된다는 경고를 발신할 수록 오히려 평양에 가는 폼페이오 장관이 굿캅 역할을 하며 협상력을 발휘할 공간이 넓어질 수 있으며,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도 2일 “정보당국이 오랫 동안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보도되는 것은 정부 차원의 의도적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 디플로맷의 앤킷 판다 선임에디터는 “북한이 신고할 핵시설과 미국이 가진 정보를 비교하며 체크하게 될텐데, 이제 북한이 강선의 존재를 시인할지에 따라 선의로 협상에 임하는지 아닌지 즉각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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