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룰라뿐인가 … 브라질 노동자당 눈앞 ‘깜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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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가 아닌 다른 후보를 찾아야 한다.’

최근 오글로부 등 브라질 언론은 10월 대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좌파 노동자당(PT) 내부에 이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데도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AFP=연합뉴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데도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AFP=연합뉴스]

그간 “룰라 외에 플랜B는 없다”고 주장해온 이들이 본격적으로 ‘플랜B’를 찾아나섰다는 얘기다.

노동자당은 재임 시절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통령’으로 불렸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부패 혐의로 수감된 이후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하며 망명을 거부하고 수감된 룰라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하다. 문제는 그의 출마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단 사실이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다음 달 15일까지 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여러 언론은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에 노동자당이 검토하고 있는 인물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 바이아주 지사를 지낸 자케스 바기네르다.
룰라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룰라의 유산’을 강조하는 노동자당에 가장 좋은 카드다. 그러나 그 역시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 글레이지 호프만 노동자당 대표도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인지도가 미미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 어떤 인물도 룰라의 지지도를 이어가기엔 역부족이란 것이 안팎의 평가다.

룰라를 제외한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룰라를 제외한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신문 오글로부에 따르면, 룰라가 출마하지 못한다는 가정에 따라 누구를 뽑겠느냐는 설문에서 1위를 달린 후보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이었다.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소속인 그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선다.

이어 중도 성향 지속가능네트워크(Rded)의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대표 등이 각각 13%, 8%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글로부는 “하지만 룰라가 출마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선, 그에 대한 지지도가 30%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오는 10월 7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같은 달 28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멕시코 좌파 대통령 탄생, 브라질에도 영향 줄까

89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며 멕시코 대통령에 당선된 오브라도르. 좌파 성향이지만 '멕시코 우선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멕시코의 트럼프'라고도 불린다. [AFP=연합뉴스]

89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며 멕시코 대통령에 당선된 오브라도르. 좌파 성향이지만 '멕시코 우선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멕시코의 트럼프'라고도 불린다. [AFP=연합뉴스]

한편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성향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이 결과가 브라질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멕시코에서 좌파 대통령이 탄생함에 따라, 중남미 좌파 물결이 부활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특히 룰라 대통령이 수감되면서 위기에 빠진 브라질 노동자당은 ‘진보의 바람이 중남미에 되돌아올 것’이라며 멕시코 선거 결과에 크게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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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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