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가 아닌 다른 후보를 찾아야 한다.’
최근 오글로부 등 브라질 언론은 10월 대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좌파 노동자당(PT) 내부에 이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룰라 외에 플랜B는 없다”고 주장해온 이들이 본격적으로 ‘플랜B’를 찾아나섰다는 얘기다.
노동자당은 재임 시절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통령’으로 불렸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부패 혐의로 수감된 이후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전히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죽어서 사는 길’을 택하며 망명을 거부하고 수감된 룰라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견고하다. 문제는 그의 출마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단 사실이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다음 달 15일까지 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여러 언론은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에 노동자당이 검토하고 있는 인물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는 브라질 북동부 지역 바이아주 지사를 지낸 자케스 바기네르다.
룰라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룰라의 유산’을 강조하는 노동자당에 가장 좋은 카드다. 그러나 그 역시 부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 글레이지 호프만 노동자당 대표도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인지도가 미미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 어떤 인물도 룰라의 지지도를 이어가기엔 역부족이란 것이 안팎의 평가다.
브라질 신문 오글로부에 따르면, 룰라가 출마하지 못한다는 가정에 따라 누구를 뽑겠느냐는 설문에서 1위를 달린 후보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이었다.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소속인 그에 대한 지지율은 17%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선다.
이어 중도 성향 지속가능네트워크(Rded)의 마리나 시우바 전 연방상원의원,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대표 등이 각각 13%, 8%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글로부는 “하지만 룰라가 출마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선, 그에 대한 지지도가 30%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대선 1차 투표는 오는 10월 7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같은 달 28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멕시코 좌파 대통령 탄생, 브라질에도 영향 줄까
한편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성향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이 결과가 브라질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멕시코에서 좌파 대통령이 탄생함에 따라, 중남미 좌파 물결이 부활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특히 룰라 대통령이 수감되면서 위기에 빠진 브라질 노동자당은 ‘진보의 바람이 중남미에 되돌아올 것’이라며 멕시코 선거 결과에 크게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