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방어에 선제골···수비수 김영권 '인생 경기' 펼쳤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서 한국의 김영권이 독일의 크로스를 걷어내고 있다.[연합뉴스]

'인생 경기' 김영권, 전차군단 세우고 엔진 망가뜨렸다 

한국축구대표팀 중앙수비 김영권(28·광저우 헝다)이 전차군단을 세우고 엔진을 망가뜨렸다. 독일의 파상공세를 육탄방어로 막았다. 거기에 선제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한국은 28일(한국시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 1위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중앙수비 김영권은 상대슛에 주저하지 않고 몸을 던졌다. 그리곤 후반 추가시간 왼발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독일은 지난대회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팀이다. 한국은 57위에 불과하다. 2연패를 당한 한국은 독일을 이기고 경우의 수를 따져야 16강행을 바라볼 수 있는데, 가능성은 1%에 불과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의 골까지 묶어 2-0으로 이겼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잡으면서 한국은 아쉽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빛영권'이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 경기에 한국의 김영권이 독일 선수들과 함께 공중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은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포백과 미드필드진이 4명씩 나란히 일렬로 서는 '두줄 수비'를 펼쳤다. 특히 김영권은 센터백 듀오 윤영선(성남)과 함께 몸을 던졌다.

김영권은 전반 39분에는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의 슛을 몸을 던져 막았고, 전반 45분 베르너의 슛을 재차 막아냈다. 핸드볼 파울을 우려해 뒷짐을 진채 몸을 던졌다. 세계 1위 독일을 상대로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8분에는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또 다시 몸을 던져 걷어냈다.

그리곤 후반 추가시간 문전 혼전상황에서 김영권이 골키퍼 1대1 찬스를 맞았다. 김영권의 왼발슛은 골망을 흔들었다. 처음엔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VAR(비디오판독) 결과 노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앞서 김영권은 스웨덴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비록 팀은 0-1로 졌지만, 그의 육탄방어가 빛났다.

김영권은 지난해 8월 이란전이 끝난 뒤 선수들끼리 소통이 안됐다는걸 자책하다가 실언을 했다. 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대표팀과도 한동안 멀어졌다. 하지만 김영권은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대표팀에 돌아왔다.

김영권은 한때 쉽게 열린다고 자동문이라고 비아냥을 들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만큼은 상대 공격수도 울고 갈 '통곡의 벽'이었다.

김영권은 이번 월드컵에서 인생을 걸었다. 그리곤 독일전에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카잔(러시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