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중"이라지만···사실상 공식화된 신공항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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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신중”이라지만…오거돈·송철호·김경수 “신공항 건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의 재추진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한국당 "TK죽이기"라고 반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은 26일 울산에 모여 ‘동남권 상생 협약문’을 체결했다. 6개항으로 구성된 협약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동남권 관문 공항에 걸맞는 신공항 건설을 위해 부산·울산·경남 공동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 당선인은 “부·울·경의 새로운 화합과 번영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원팀(one team)”이라고 강조했다.

26일 오후 울산도시공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당선자와의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홍영표(왼쪽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울산도시공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당선자와의 현장 정책간담회에서 홍영표(왼쪽에서 두 번째) 원내대표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오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선거용이 아니며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선거 공약을 넘어 실제 실행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협약문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6·13 지방선거 승리 뒤 첫 현장 방문 지역으로 부·울·경을 선택해 세 당선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자리에서 나왔다. 협약문 서명 뒤 홍 원내대표는 “세 당선인이 동남권 상생 협약을 발표했는데, 광역교통청 신설 등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행사뒤 기자들과 만나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당 차원에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영남권 신공항 갈등이 정치적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즉답을 피한 것이다.

26일 오후 울산도시공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당선자와의 현장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당선자들과 원내지도부 [연합뉴스]

26일 오후 울산도시공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 당선자와의 현장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당선자들과 원내지도부 [연합뉴스]

하지만 송철호·김경수 당선인이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데다, 민주당이 2020년 총선때 부·울·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같은 부·울·경 광역단체장 당선인들의 움직임에 대해 자유한국당 소속의 대구·경북(TK) 광역단체장은 발끈했다.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 행동은 다른 지역의 반발을 부르는 게 당연하고,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댕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권한 대행은 “부·울·경에서 선심정책을 펴서 TK와 분리시키려는 여권의 전략으로 TK죽이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철우(왼쪽) 경북지사 당선자와 권영진 대구시장 [뉴스1]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철우(왼쪽) 경북지사 당선자와 권영진 대구시장 [뉴스1]

이에 대해 오 당선인 측은 “가덕도 신공항은 지역 갈등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 외에 동남권 관문 공항 개발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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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선인의 전세표 대변인은 “원래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될 때 대구·경북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군 공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공항 문제와 엮이게 된 것”이라며 “TK에서 왜 자꾸 정치 쟁점화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허진·김준영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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