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기로 찌르고, 벌레 먹은 사과 먹이고..'중국의 보물' 판다 학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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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국보’ 대접을 받는 자이언트 판다가 사육사와 관람객들에게 학대를 당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은 최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동물원이 이 곳에 살고 있는 자이언트 판다 웨이웨이(伟伟)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이 동물원 사육사를 정직 처분하고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우한시 동물원에 있는 판다 웨이웨이. 코 부분이 헤져 분홍 살이 드러나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중국 우한시 동물원에 있는 판다 웨이웨이. 코 부분이 헤져 분홍 살이 드러나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판다 학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주 한 네티즌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우한시 동물원에 있는 판다 웨이웨이의 상태를 담은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다. 영상 속에서 청소가 제대로 안 된 지저분한 우리 안에 갖혀 있는 웨이웨이는 다리 여기저기 털이 빠지고, 코 부분도 까만 피부가 벗겨져 분홍색 살이 드러난 모습이었다.

이 네티즌은 사육사가 판다에게 개미로 뒤덮인 사과를 먹이고, 판다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고 고발했다. 영상 속에서 어떤 관람객들은 긴 막대기로 판다를 찌르기도 했다.

이어 이 동물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이 연이어 목격담을 올리며 상황은 악화됐다. 사람들은 웨이웨이가 질 나쁜 대나무를 아주 적은 양밖에 공급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과 섭씨 34도에 가까운 더위에도 동물원이 에어컨을 틀지 않았던 점 등을 지적하며 판다의 건강 상태를 걱정했다.

웨이웨이는 원래 고향인 쓰촨(四川)성 판다보호연구시설에서 자랐으나 2008년 5월 일어난 쓰촨대지진으로 시설이 피해를 입으며 판다 사육 경험이 있는 우한시 동물원으로 옮겨 왔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동물원측은 판다 건강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담당 직원을 정직 처분했다. 동물원은 또 “더 나은 관리를 위해 웨이웨이를 다른 센터로 보낼 것”이라며 “우리는 시민들의 지속적인 감시를 환영하고, 우한시 정부와 협의해 추가 조사 및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웨이웨이의 정확한 건강 상태는 현재 조사 중이며, 코가 분홍으로 변한 것은 판다가 충분히 햇빛을 쬐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동물원 측은 밝혔다.

중국에서 자이언트 판다 학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쓰촨성 청두(成都)의 판다번식센터에 있는 판다들의 눈 부분이 하얗게 변한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와 ‘영양 부족으로 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같은 센터에서 사육사들이 아기 판다를 바닥에 던지고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공개돼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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