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트럼프"아베 총리,북일관계 개선도 트럼프식으로

중앙일보

입력

“100% 신조를 신뢰하니까, 같이 해 나가자구.”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산케이 신문은 25일자에서 “향후 북한 정책에서도 행동을 함께 하자고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산케이 보도 "밝은 미래상 강조하며 北 행동 촉구" #트럼프에게서 "신조, 100% 함께 가자"권유 받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산케이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향후 납치 문제 해결과 국교정상화 등 북·일관계를 진전시키는 과정에 있어서도 트럼프 방식을 따를 방침이라고 한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했을 경우 북한에 찾아올 밝은 미래상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최근 기회가 될때마다 “북한과 신뢰를 만들고, 핵ㆍ미사일·납치 문제를 해결된 뒤 찾아올 미래상을 그려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북한이 바른 길을 걷는다면 일본도 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이는 '상호신뢰를 만들어가면서 비핵화 뒤의 밝은 미래를 북한과 공유하고, 북한의 행동을 촉구하는 트럼프식의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믿음때문이라고 산케이는 분석했다. 그런 트럼프 방식을 자신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뜻이다.

산케이는 “상대에게 불신감을 갖고 있는 건 북한과 일본 서로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양측이 신뢰를 쌓기는 쉽지 않다”며 “일본 정부는 (신뢰구축을 위해) 향후 북일간 교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했듯 북한의 미래상을 계속 강조하는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AFP=연합뉴스]

지금까지도 아베 총리는 "미국과 100%함께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보조를 맞춰왔다.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는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던 입장도 북·미회담뒤엔 180도 틀었다.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전세계적으로 싸늘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며 방패 역할을 자임했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이 없었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일본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은 확실히 제거됐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북·미회담을 실현시킨 지도력이 있다”며 갑자기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조건적인 트럼프 추종이 아베 외교의 본질”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한 배를 타고, 북한의 밝은 미래를 강조하는 트럼프식으로 북·일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아베 총리의 전략이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북 경제지원에 앞서 일본은 납치문제의 해결을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납치문제는 이미 끝난 문제’라는 기존의 태도를 뒤집고 무엇인가를 일본에 먼저 내놓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아베 총리는 9월20일께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북·일 관계 등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압승을 거두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희망이지만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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