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北장사정포 후방 이전 논의 중”…‘내부 논의’라는 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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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총리실이 “장사정포 후방이전 문제는 향후 남북군사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과제의 하나로, 우리 내부에서 검토한 일이 있으나 남북장성급회담에서는 아직까지 공식논의되지 않았다”며 “총리의 발언은 이런 취지에서 한 말”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총리실 해명 문자… #“우리 내부에서만 검토”

이 총리는 2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ㆍ25전쟁 기념식에서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고, 한미 양국은 연합군사훈련의 유예를 결정했다”면서 “남북한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8월 하순 금강산에서 재회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언급한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 논의는 국방부가 부인했던 사안이다. 정부 측 고위 인사가 북한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 논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방부가 지난 14일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 철수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한 것과는 대조된다. 국방부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 후방배치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 없다”며 두 차례에 걸쳐 부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는 최대 사거리 60㎞인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최북한은 이런 장사정포를 15~20개 대대 300~400문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북한 장사정포는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까지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할 때 근거가 되는 무기이기도 하다.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이전을 제안하며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화력여단 등 한ㆍ미 전력 축소ㆍ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장사정포 부대를 군사분계선(MDL) 북측 후방으로 후퇴할 경우 한국은 핵무기와 더불어 최대의 위협인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 포병 전력의 위협을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앞서 남북 정상은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단계적 군비축소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어 북한 장사정포 문제는 남북 군 당국간 논의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밖에도 이날 이 총리는 북한이 미군 유해의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전사자 유해를 찾아 정중히 안치해드리는 일도 북한과 협력하며 서두르겠다”면서 “DMZ의 유해발굴이 시작되면 해외참전용사들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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