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전 퇴장’ 하석주 “잉어 껴안고 울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석주 아주대 감독(50)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얽힌 일화를 털어놨다.

21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한 하석주 감독은 “차범근 감독님을 아직도 피해 다닌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 감독은 프랑스 월드컵 조별예선 첫 경기인 멕시코전에서 전반 28분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골을 기록했다.  대한민국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선제골. 하지만 골을 넣은 지 3분 만에 하석주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멕시코의 라몬 라미레스에게 백태클을 걸었다는 이유였다. 경기 초반 하 감독의 퇴장으로 1명의 공백을 메우다 체력이 떨어져 버린 대표팀은 후반전에서 멕시코에 내리 3골을 내주며 1-3으로 역전패당했다.

이후 대표팀은 조별 예선 2차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0-5 대패를 당했다. 차범근 대표는 월드컵 도중 전격 경질됐다.

이후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면서 하석주 감독은 더욱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낀 것. 하석주 감독은 “얼굴을 못 들었다. 축구 행사에도 차범근 감독님이 계시면 제가 피해 다니고안갔다”면서 “98년도 트라우마가 매우 컸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에게 너무나 죄송하고, 직접 뵙고 무릎 꿇고라도 사죄를 드리고 싶은데 앞에 나타나지를 못 하겠더라”면서 “감독님께서는 용서를 해주시겠지만 계속 피해 다니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또 하 감독은 “언제까지 못 만나 뵐 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자리 한 번 감독님 만나서 여태까지 감독님이 힘들게 살아온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건강하시고”라며 “빨리 뵙고 싶은데 그게 빨리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 감독은 스웨덴전에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수비수 김민우에 대해 “내가 그런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김민우 선수가 엄청난 비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아닐 함께 출연한 최용수 전 FC 서울 감독도 “우리가 석주 형을 많이 위로했다. ‘형 괜찮아’, ‘힘내’라는 말을 전해도 우리를 피하고 멀리했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김병지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은 “당시 비하인드가 있다”면서 “석주 형님이 퇴장당한 뒤 이틀간 붕어잡이로 시간을 보내며 붕어랑 대화했고 그렇게 위로를 찾았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에 하 감독은 “며칠간 밥을 먹지 못했다. 내가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낚싯대를 던지자마자 매우 큰 고기가 올라왔다”며 “그 큰 잉어를 끌어안고 울었다. 눈을 껌뻑껌뻑하는 게 불쌍하더라. ‘너나나나 똑같은 인생이다’ 낚시도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 김민우 선수도 마찬가지다. 많은 비판을 받을 거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지금 힘들 거다. 비판할 것은 하지만 격려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