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수출국 쏠림으로 샌드위치 자초하는 한국 무역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수출이 특정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 수출국 상위 5개 국가가 차지하는 수출액 비중이 전체 수출액의 절반을 훌쩍 넘을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무역업계는 수출국을 다변화하지 않는다면 미·중 무역 전쟁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일 발간한 ‘한국 수출시장 다변화 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출 10강 국가의 수출 시장 집중도에서 한국은 홍콩을 제외하고 집중도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대상국별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산출된 ‘허핀달-허쉬만 지수(HHI)’에서 한국(954)이 일본(928), 네덜란드(852), 미국(760), 중국(659)을 모두 제친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해마다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가 한국 무역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2008년 32.6%에서 2017년 36.7%로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 5대 수출국과 10대 수출국의 비중 역시 같은 기간 각각 47.9%에서 56.5%로, 59.7에서 69.2로 상승세가 뚜렷했다.

수출 시장 집중도 세계 최고 수준 #5대 수출국 비중 전체 수출의 절반 웃돌아 #수출국 다변화로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물결 대비해야

보고서는 수출국의 수입수요 증가율과 변동성을 반영해 수출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전형적인 ‘고수익·고위험(High Growth·High Risk)’ 수출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중국·미국·독일·일본·네덜란드·프랑스 등 7개 분석 대상 국가 중 한국은 기대 수익률과 변동 리스크가 일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수입수요 증가율이 높으면서도 변동 리스크가 큰 지역에 수출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역협회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을 대비해 수출 변동 리스크가 낮은 국가들로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귀일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 국가가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높인다면 그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 있다"며 "2015~2017년 5대 수출국 비중을 38.1%에서 36.5%로 낮춘 독일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