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인터뷰, "축구는 1% 희망이라도 있다면 도전해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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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왼쪽)이 1대 0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는 김민우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왼쪽)이 1대 0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는 김민우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스웨덴전을 현장중계한 안정환(41) MBC 해설위원은 착잡한 심경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안 위원은 "다 아쉽다. 가장 중요한건 역습 나갈 때 선수가 없었다. 주심이 경기흐름을 계속 끊은 점도 답답했다"고 말했다.

안정환 해설위원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일인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환 해설위원이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일인 14일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24일 0시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멕시코는 1차전에서 지난대회 우승팀 독일을 꺾은 팀이다. 안 위원은 "멕시코는 정말 빠르고 좁은 공간에서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 철저히 분석해 역습할건지, 맞받아칠건지 준비해야한다. 실력이 부족한걸 인정하고 정신력을 갖고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들은 장현수(FC도쿄) 등 특정 선수를 향해 융단폭격하고 있다. 팬들의 비난도 거세다. '미스터 쓴소리'라 불릴 만큼 민감한 문제에 거침없이 의견을 말하는 안정환이지만 이번엔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았다.

안 위원은 "물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우리 국민들도 대표팀에 애정이 있어서, 지는게 싫어서 질타하는거다. 대표팀이 이겨내야하는건 당연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안 위원은 "다만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지면 팀이 진거고, 감독이 진거고, 협회가 진거고, 국민도 진거다. 그래서 이기기 위해서 모두가 합심하는거다"라며 "어떻게 온 월드컵인가. 4년 뒤 월드컵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축구는 1% 희망과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해야한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스웨덴 문전으로 드리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스웨덴 문전으로 드리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스웨덴전에서 아쉬웠던점은.
"전체적으로 다 아쉽다. (한참 말을 잇지 못한 뒤) 다 아쉽지 뭐, 다 아쉽다. 가장 중요한건 역습 나갈 때 선수가 없었다. 자신감이 없었는지, 불안했던건지... 골을 넣어야했는데, 공격이 안됐다. 공간으로 침투해나가야하는데, 선수들이 나가지 않으니깐...역습할 땐 불안하면 안되는데, 서로 빈자리를 메워주고 도와줘야하는데..."

-"반 골은 심판이 넣었다"고 말했는데.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을 통해 페널티킥을 준건 어쩔수 없다. 다만 심판이 다른 장면에서 우리 경기흐름을 계속 끊었다. (구자철을 밟는 등) 다른장면들에서 답답해 화가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그란크비스트가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그란크비스트가 패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골키퍼 조현우(대구)이 제 몫을 했다.
"골키퍼 말고는 부족했다. 다 부족했다. 그래도 새로운 선수가 나왔고 인정 받았다. 작은 성공이다. 이승우도 그렇고 월드컵에서 새로운 선수가 나와서 보탬이 됐다. 미래가 안 나오면 아무 의미가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패널티킥으로 실점한 후 태클 반칙을 한 김민우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패널티킥으로 실점한 후 태클 반칙을 한 김민우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민우가 태클로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눈물을 흘렸다. 안 위원도 2002년 이탈리아전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울면서 뛰었는데.
"운동선수는 그래도 마음이, 멘탈이 강한 사람들이다. 눈물을 흘렸을 땐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자괴감이 들고. 팀에 미안하고, 국민들에게 죄송했을거다."

-냉정하게 세계축구와 격차가 느껴진다.
"우린 냉정하게 최약체다. 대회 전, 평가전부터 이야기해온거다. 데이터상 최약체인건 부정할 수 없다. "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전 상대 멕시코는 쉽지 않은 상대다.
"일단 너무 빠르다. 선수들이 좁은공간에서 굉장히 좋다. 철저히 분석 해야한다. 스웨덴처럼 역습할건지, 아니면 맞받아칠건지. 우리는 이겨야하는 입장이니 타이밍을 잘 가줘야한다."

-멕시코와 2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사기가 떨어져있다.
"이젠 뭐 마지막이다. 뭐 없다. 지면 끝이다.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 실력이 부족한걸 인정하고 들어가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장현수가 1대0으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장현수가 1대0으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일부 언론들은 장현수(FC도쿄) 등 특정선수를 지목해 융단폭격하고 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대표팀이 못하고 과정도 안좋았다. 다만 경기에 패하면 모든 선수가 진거다."

-팬들의 비난도 거세다.
"우리 국민들도 대표팀에 대해 애정이 있어서, 지는게 싫어서 질타하는거다. 대표팀이 이겨내야하는건 당연하다. 다만 월드컵에서 지면 팀이 진거고, 감독이 진거고, 협회가 진거고, 국민도 진거다. 그래서 이기기 위해서 모두가 합심하는거다. 어떻게 온 월드컵인가. 4년 뒤 월드컵에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해볼때까지 해봐야아한다."

-남은 2경기가 독일을 잡은 멕시코, 지난대회 우승팀 독일이다.
"우리가 질 가능성이 많다. 다만 최약체라고 다 지라는법은 없다. 축구는 1% 희망과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해야한다. 아직 1%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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