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졸업한 영국 해리 왕자 "아프간 최전방 보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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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해리 왕자가 21일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아버지 찰스 왕세자에게 거수경례하고 있는 모습. [런던 AP=연합뉴스]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모욕이다. 동료와 함께 전선에서 싸우겠다."

최근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찰스 왕세자의 차남 해리(21.왕위 계승 서열 3위) 왕자가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지원했다고 영국의 주간지 메일 온 선데이가 23일 보도했다. '분쟁지역의 최전방에 보내주지 않으면 제대하겠다'는 결심을 상관에 직접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리 소위는 내년까지 아프가니스탄 남부지역에 순차 파견될 근위기병대 산하 '블루스 앤드 로열 연대'에 다음달 배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대는 기갑수색부대로 최전방이나 적진 깊숙이 침투해 수색.정찰 등 위험한 임무를 맡는다.

해리 왕자는 이 부대가 최근 수십 년간 포클랜드전.걸프전.보스니아와 코소보 분쟁.이라크전 등에서 세운 눈부신 전과에 매료돼 이 연대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왕자의 계획대로라면 그는 11명의 부하를 이끌고 직접 대인지뢰 제거와 무장세력 요인 제거, 경호, 전투지원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해리 왕자를 해외 전선에 파견하더라도 연락장교와 같은 '보다 안전한' 임무를 맡길 생각이던 영국 왕실과 국방부는 고민에 빠졌다.

육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리 왕자가 전선 근무를 하게 되면 무장세력의 표적이 될 것이 분명하고 소속 부대원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의 한 측근은 "평소 훈련 중에도 어려움을 자처하며 솔선수범했던 해리 왕자가 당국의 '특별대우'에 순순히 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리 왕자의 완강한 의지를 전했다.

영국 왕족들은 전통적으로 군 복무에 솔선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23) 왕자도 이달 초 샌드허스트 사관학교에 입학해 현재 270여 명의 동료와 44주 과정의 훈련을 받고 있다.

해리 왕자의 부친인 찰스 왕세자는 1970년대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고, 삼촌인 앤드루 왕자는 헬기 조종사로 82년 포클랜드 전에 참전했다. 할아버지인 필립 공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소속이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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