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도 빨간불?…1분기 매출 증가세 둔화하고 부채비율도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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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중앙포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중앙포토]

 국내 기업의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일까.

반도체ㆍ석유제품 값 오름세 둔화 #자동차와 건설경기 부진 영향 탓 #중소기업 매출은 감소세로 돌아서 #기업, 1000원어치 팔아 74원 남겨 #수익성 개선에도 반도체 쏠림 심화

 올해 1분기 국내기업의 매출액증가세가 둔화했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반도체 쏠림 현상에 따른 착시 효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18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난 데 그쳤다.

 20분기만에 증가율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13.8%) 이후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16년 말 현재 외부감사대상법인 3324개를 대상으로 했다.

2018년 1분기 기업 성장성 지표. 자료: 한국은행

2018년 1분기 기업 성장성 지표. 자료: 한국은행

 국내 기업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1분기 매출액증가율은 제조업(6.3%→3.4%)과 비제조업(4.8→3.4%) 모두 전분기 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대기업 매출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분기 증가폭(6.8%)에 훨씬 못미쳤다.

 한국은행은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석유 제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며 매출액 증가폭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빨간불이 켜진 곳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매출액은 1~3월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소기업 매출액은 제조업(-1.7%)과 비제조업(-0.5%) 모두 매출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업종의 부진으로 제조업 부문의 매출액이 줄었고, 비제조업이 경우 약화되는 건설 경기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2018년 1분기 국내 기업 수익성 지표. 자료: 한국은행

2018년 1분기 국내 기업 수익성 지표. 자료: 한국은행

 성장세는 주춤했지만 장사는 잘했다.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전년동기대비)은 7.4%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74원을 남긴 장사를 했다.

 전분기(6.1%)보다 수익성이 나아졌다. 제조업은 8.8%, 비제조업은 5.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나아진 듯하지만 속내를 뜯아보면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반도체가 이끄는 기계ㆍ전기전자업종의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5.4%나 됐다. 전 산업의 2배 수준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한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4%에서 5.3%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하는 데 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1%에서 6.1%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나며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엇갈렸다. 미지급배당금 등이 늘어나며 부채비율은 상승했다. 1분기 국내기업 부채비율은 85.8%로 전분기(84.7%)보다 높아졌다.

 반면 기업의 금융부담을 보여주는 차입금 의존도는 22.2%로 전분기(22.5%)보다 낮아졌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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