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무용·탈춤으로「영·호남 화합의 불」기다려|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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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구시민들은 마침내 오늘로 닥친 성화봉송 맞이에 설레고 있다.
옛 달구벌의 정기를 되새기며 두 차례의 성화맞이 리허설까지 마치고 그 어느 지역보다 뜨거운 열기에 가득 차 있다.
광주에서부터 호남 벌을 누비며 전장 1백75·3km의 88올림픽고속도로를 밝혀줄 성화가 바로「영호남 화합의 불」이기도 하기 때문.
그래서 2백20만 대구시민들은 소백산맥의 장벽을 뚫고 영호남 모두의 마음을 열어 하나가 되는 이 성화를 맞기 위해 그 동안 대구 특유의 복더위도 잊고 봉송 길 단장에 온갖 정성을 쏟아왔다.
성스런 불꽃이 모습을 드러낼 영호남 화합의 큰길.
22개구간 33·6km에 이르는 대구시가지 성화봉송로 곳곳에는 오륜기와 엠블럼기 1백6l개 올림픽참가국 기가 나부끼고 환영아치와 현수막·대형꽃탑·축 등의 물결로 온통 축제무드에 차있다.
대구시내 봉송은 2일 오후 6시25분쯤 구마고속도로 대구남부 진입로에서 첫 주자인 원로체육인 박만태씨(66·경북체육회부회장)에 의해 시작된다. 어린이회관 성화안치소에 성화가 안치되면 이날 밤 2시간35분 동안 성화봉송로 곳곳에서 화려한 경축행사가 치러질 예정.『우리 나라도 미국 LA보다 멋지게 해낼 수 있다고 봐요. 어머니는 탈춤으로, 딸은 궁중무용으로 성화맞이를 하는 것도 바로 이 자긍심 때문이어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어요.』
동아문화센터 주부 탈춤반 변현숙 회장(59)은「D-몇 시간」도 잊은 채 40명의 주부회원들과 강령탈춤 연습에 여념이 없다.
이렇듯 이제 해가 저물면 맞을 성화안치의 밤, 구마고속도로 진입로에서 비산농악대 50명의 천왕메기굿과 지신풀이 열두 마당을 시작으로 축제의 막이 오르게된다.
인간문화재 김수배 옹(72·날뫼북춤고수)은『비산농악 전승에 평생을 바쳐오면서 이 같은 기쁨과 감동은 생전 처음』이라며『성화봉송 길을 다지는 지신풀이 한마당에 혼신의 정성을 쏟겠다』고 기염.
또 이날 오후 7시40분쯤 범어로터리에서 향토색 짙은 민속놀이 고산농악 한마당을 이끌어갈 상쇠 장일만씨(62)는『고려 때부터 전승되어온 고산농악의 소박성과 다양한 가락을 살려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겠다』고 했다.
성화안착을 경축하며 펼치게될 고전무용 부채춤의 안무자 권정숙씨(27·여·경북예고교사)도『40명의 무용단 학생들이 지난 3개월 동안 여름방학까지 반납하고 열성적으로 고된 연습을 되풀이해준 데 대해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며『이 긍지와 보람을 영원히 간직하고싶다』고 말했다.
성화가 안치돼 대구의 밤을 밝혀줄 어린이회관은 50만 대구어린이들의 꿈이 서린 요람지. 기다린 설렘을 활활 태울 이곳 성화안치소에는 인류의 꿈과 평화의 상징물인 높이5m, 폭10mm규모의 대형 꽃 탑이 싱그럽게 세워졌다.
두류공원 앞 성화봉송로 꽃길을 3개월 전부터 가꿔온 백련옥씨(36·주부·내당동306)는 『매일 아침 6시면 꽃길에 물을 주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며『역사적인 성화가 이 꽃길을 지나 우리고장을 밝혀줄 것을 손꼽고 있다』고 했다.
박주섭씨(41·황금동436)는『성화가 안치되는 역사의 현장을 우리 손으로 가꾸고 지켜보는데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다』며『이 영광을 우리 황금동의 자랑으로 삼겠다』고 했다.<대구=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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