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슬로베니아 펜회장 얀·카르씨|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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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고는 공산주의국가이기는 하지만 지난 48년 「스탈린」주의와 결별한 뒤로는 다른 동구권 국가와는 전혀 다른 체제고 발전시켜 왔읍니다.』
유고의 슬로베니아 펜회장으로 다른 3명의 작가와 함께 국제펜대회 참석차 서울에 온 「다르고·얀·카르」씨(40)는 유고가 동구권국가 중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국가임을 강조했다.
『유고에는 1천3백여명의 작가가 있는데 이들 중 5백여명이 펜회원입니다. 「이반·아드리체」는 노벨상을 수상했고 매년노벨상후보가 나오고 있읍니다.』
그는 지난 68년 법대학생신분으로 문단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10권의 소설집과 5권의 희곡집을 내놓았으며 지난해부터 펜회장을 맡아왔고 한 차례 투옥된 적도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주요 테마로 하는 그의 작품은 미국·소련·프랑스·독일·헝가리·폴란드 등지에서 속속 번역판이 출판되고 있으며 올해만도 5편의 희곡이 무대에 올려졌다.
『유고문학은 세르보크로 아트어·슬로베니아어·마케도니아어 등 각기 다른 3개의 언어권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유고문학」이라는 별도의 장르는 실재하지 않습니다.』
유고문학은 상이한 배경을 가지면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 때는 특정경향이나 흐름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50년대 이전의 유고문학은 노동운동, 노동자들의 승리 등을 주로 다루었으나 50년대 이후에는 전통문학의 바탕을 유지하면서 서구문학과 접촉을 갖게 되었읍니다.』
그는 소련에서 한창 진행중인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가 유고에서는 20∼30년 전에 이미 이루어졌다고 자랑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사회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라고 했다.
그 구체적인 예로 그는 현재 자국언론인 2명과 언론인 겸 수필가 1명이 군사기밀누설죄로 재판에 계류중인 사실을 들었다.
『정권에 의한 권력의 남용을 비판해온 사람들에게는 어느 나라에서든 이와 유사한 죄명이 붙게되지요.』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동안 이들 3명의 구명운동을 벌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는 유고문단도 소련처럼 작가동맹과 펜의 2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가동맹은 부분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단체인데 이곳 회원 중 엄격한 심사를 거친 사람만이 펜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읍니다.』
그는 화제가 서울올림픽으로 옮겨가자 『유고의 모든 신문이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어 충분히 알고 있으나 정작 한국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바 없어 백과사전을 찾아보아야 할 정도』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최근에는 동구권국가들도 한국의 정신문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읍니다. 한국문학이 중국이나 일본문학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은 문인들이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활약해온 그는 요즘에는 출판사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작품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밝혔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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