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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투자한 돈 14조원…한국도 안심 못해

중앙일보

입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지난달 10일 미국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조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지난달 10일 미국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조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터키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았다. 브라질 경제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아르헨 등 통화가치 하락 시달려 #금감원 "국내 금융사 신흥국 익스포저, 감내 가능"

먼 나라의 얘기라고 무시하기 어렵다. 이들 국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금융회사나 투자자가 이들 국가에 빌려준 돈을 떼일 수도 있다. 국내 금융권이 긴장 속에서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11일 관련 통계를 냈다. 국내 금융권이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 빌려줬거나 투자한 금액(익스포저)이다. 총액은 지난 3월 기준으로 132억 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지난 7일 500억 달러의 3년짜리 대기성 차관을 받는 데 합의했다. 대기성 차관은 정해진 기간 내에 추가 협상 없이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자금이다.

아르헨티나 등 4개국은 통화가치 하락에도 시달리고 있다. 연초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34%, 터키 리라화는 19%, 브라질 헤알화는 18%가량 통화가치가 떨어졌다.

통화가치 급락은 곧바로 수입물가의 급등으로 이어진다. 인플레가 심해지면 민심이 요동치고 정치 불안으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4개국 가운데는 국내 은행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익스포저가 94억4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브라질(23억9000만 달러)과 터키(12억2000만 달러) 순이었다. 아르헨티나는 1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남유럽 국가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등 남유럽 4개국에 국내 금융권이 빌려줬거나, 투자한 금액은 23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이들 신흥국과 남유럽 국가 등 8개국의 익스포저는 국내 금융회사 총자산의 0.4% 수준"이라며 "해당 국가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퍼지지 않는 한 감내 가능한 규모"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개별 금융회사가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금융권 전체로는 심각하지 않더라도, 일부 금융회사가 개별적으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은 "앞으로 대외 익스포저의 특정 국가 편중 등 위험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시 기획재정부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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