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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가물해지는 김문수ㆍ안철수 단일화... 완전히 물 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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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5월 22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문수-안철수의 막판 극적인 단일화는 성사될까. 사전투표일(8~9일)을 사흘 앞둔 5일에도 양측은 물밑 접촉을 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내진 못 했다. 물리적 시간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일 두 후보 간 비공개 회동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확인했지만, 각론에선 아무 진전이 없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 이후 당 대 당 통합을 언급했고, 안 후보는 김 후보의 양보를 요구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박 시장이 여론 조사상 크게 앞서고 있음에도 두 후보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나로 단일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 조사상 (지지가) 적은 사람이 양보하는 게 맞는다고 보는데 안 후보는 지금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현실적으로 조직과 정책 면에서 우세에 있는 김 후보가 사퇴하기는 참 어렵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후 “박 시장이 3선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며 “제가 확장성이 있고, 저만이 일 대 일로 맞붙었을 때 박 시장을 이길 후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가 언급하는 확장성이란 보수 성향의 김문수가 단일 후보가 되면 중도층은 이탈하지만, 중도의 안철수로 단일화가 되면 보수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태극기 집회에 나간 김문수 후보가 (설사 단일화한들) 얼마나 표가 더 늘겠나"라고 했다.

6.13 지방선거 주요 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4일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광진구 중곡 제일시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자장면 받아 맛보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붕괴 현장을 재방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주요 정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4일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 광진구 중곡 제일시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서대문구 영천시장 앞 집중유세에서 지지자에게 자장면 받아 맛보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붕괴 현장을 재방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지방선거의 특성상 '딸린 식구'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단독으로 후보직을 포기할 수 있는 대선ㆍ총선과 달리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후보는 당의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등과 무관할 수 없다. 서울 선거의 간판격인 서울시장 후보가 물러나면 그 당의 25개 구청장 후보는 직격탄을 맞는다. 김 후보도 “대통령 후보라면 혼자 (단일화) 결정을 내리면 끝나지만, 지방선거는 많은 후보가 줄줄이 엮여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전적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김문수 캠프 정택진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선거비용 34억9000만원 다 쓴 상황에서 선거를 포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100%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15% 득표가 가능하다면, 중도사퇴보다 완주가 경제적으론 더 나은 선택이라는 의미다.

특히 안 후보가 "내가 야권 대표선수"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한 데엔 당내 호남계의 반발이 컸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 중 호남계는 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권은희 최고위원 등 3명이다. 이들은 한국당과의 단일화 논의 자체를 "적폐 연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3일 회동에서도 안 후보는 "우리 당은 굉장히 취약한 상태기 때문에, 만약 내가 단일화를 위한 다른 방법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당이 유지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고 김 후보 측은 전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두 사람이 단일화를 하겠다는 진정한 의지는 없었던 것 같다”며 “선거 8일을 앞두고 당 대 당 통합을 얘기하는 것도 이해 안 되고, 무조건 물러나라 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경희·안효성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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