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족구→살벌한 자체미팅 15분…기성용 "잘하자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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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일 오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4일 오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연합뉴스]

4일 한국축구대표팀 훈련이 열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레오강의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 선수들이 동그랗게 모여 약 15분간 자체미팅을 했다. 주장 기성용(29·스완지시티)을 중심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긴 이야기가 오갔다.

취재진과 거리가 떨어져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무겁고 살벌하기까지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열중쉬어 자세였다.

보통 축구대표팀은 훈련 후 주장이 대표해 짧게 몇 마디를 하고 마치는데, 이번처럼 15분이란 긴 시간은 이례적이다. 기자가 10년 동안 축구대표팀을 취재하면서 이렇게 긴 자체미팅은 처음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해도 대표팀 분위기는 유쾌했다. 전날 러시아 월드컵 사전캠프 레오강에 도착한 대표팀은 이날 23명 모두 참가한 가운데 첫 훈련에 돌입했다.

가벼운 러닝, 슈팅을 작은 골대에 집어넣기, 볼뺏기, 족구로 몸을 풀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신태용(48) 대표팀 감독은 곧바로 실전훈련을 염두에 뒀지만,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가 가벼운 훈련을 제안했다. 전날 비행기와 버스이동시간만 16시간에 육박한 것으로 고려해서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4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족구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4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족구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연합뉴스]

족구는 몇개 조로 나눠 치러졌다.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은채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선민(인천)이 헤딩실수를 하자, 한 선수는 "선민아, 앞머리를 내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했다.

축구대표팀 기성용-구자철이 4일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적응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조별리그를 치르는 러시아 3개 도시의 기후 조건과 비슷하고 쾌적한 날씨를 보이는 이곳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벌인 뒤 러시아에 입성한다. [뉴스1]

축구대표팀 기성용-구자철이 4일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첫 적응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조별리그를 치르는 러시아 3개 도시의 기후 조건과 비슷하고 쾌적한 날씨를 보이는 이곳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벌인 뒤 러시아에 입성한다. [뉴스1]

반면 주장 기성용과 구자철, 두 선수만 족구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재활을 했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근육을 푸는 등 개인훈련을 했다. 모든 훈련이 마친 뒤 기성용을 중심으로 자체미팅 15분이 이어졌다.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족구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개인훈련을 했다. 레오강=박린 기자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족구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개인훈련을 했다. 레오강=박린 기자

대표팀은 지난 1일 전주에서 열린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1-3 완패를 당했다. 투혼이 보이지 않은 축구에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 손흥민(토트넘)은 믹스트존에서 "이대로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보다 더한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고 작심 발언을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독기를 품어야한다. 인생을 걸어라"라고 쓴소리를 했다.

주장 기성용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간절함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첫 훈련은 가벼훈 훈련프로그램 영향 탓도 있었겠지만, 간절함이 엿보이지는 않았다.

취재진은 자체미팅이 끝난 뒤 기성용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구자철(29·아우크부르크)이 기성용, 박주호(31·울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겠다고했다. 그리고 취재진에게 다가온 기성용은 "잘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밖에 말할 수도 없고…그렇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평소 말수가 적은 기성용은 2002년 주장 홍명보처럼 카리스마가 있고, 2010년 주장 박지성처럼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다.

레오강(오스트리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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