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 5.18 배후 美 물러가라"··· 대놓고 욕 못하자 돌려치는 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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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실무협상이 뉴욕ㆍ판문점ㆍ싱가포르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북한 관영매체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대신 한국을 언급하며 미국을 비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1일자에 실은 5ㆍ18 광주 항쟁 관련 기사가 대표적이다.

노동신문 5월31일자 6면. 빨간 네모 안이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내용들이다. [노동신문 캡쳐]

노동신문 5월31일자 6면. 빨간 네모 안이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내용들이다. [노동신문 캡쳐]

노동신문은 이날 ‘광주 인민 봉기자들이 흘린 피는 헛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5ㆍ18 유혈 진압에 대해 “반인륜적인 대중학살범죄이며 이 만행의 배후 조종자는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5ㆍ18 시점으로부터 약 2주가 지난 시점에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같은 주장이 스위스ㆍ영국 단체들의 공동성명에서 나왔다고 전했으나 이 단체들도 영국 주체사상연구소조 등 북한과 연관이 깊은 곳들이다. 노동신문은 또 “남조선인민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미군은 남조선에서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한국 상황을 거론하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미군은 남조선에서 물러가라”고 주장한 것은 완전한 비핵화와 북ㆍ미 수교, 대북 제재 해제 등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쓰겠다는 의도도 녹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또 ‘남조선 단체들, 미국과의 불평등한 행정협정의 전면 개정 요구’ 기사를 싣고 용산 미군기지와 관련한 환경 오염 문제를 다루며 미국을 비판했다. 이와 함께 ‘월간 국제정세 개관’이라는 코너를 이례적으로 만들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문제 등을 다뤘다.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는 않되 대미 압박 목소리는 계속 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이어갔다. 일본에 대해선 직접적 비난을 계속해 온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엔 한국 정부도 엮어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노동신문은 이 협정이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됐다고 강조하면서 “남조선 당국은 민족의 화해을 염원하는 남녘 민심의 요구에 맞게 협정을 폐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하루 앞두고 대남 압박 수위도 함께 높이고 있는 셈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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