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1박2일 미스터리 … 중국 “누구 만났나 공개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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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러시아까지 합류 시작, 6차방정식이 된 비핵화 협상

 30일 미국으로 향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경유지인 베이징에서 24시간 이상 머물렀다.

북·중·러 정상회담 설도 나와...."아이디어 수준의 얘기"

그의 행적은 미스터리다. 중국 당국의 발표가 일절 없는 것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동선이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중국 측 인사를 만나 북·미 간 사전 협의 진행 상황 등을 논의했으리란 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29일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포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연합뉴스]

29일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포착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연합뉴스]

중국으로선 김영철 면담이 되살아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영철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면담을 앞두고 각종 리스크를 점검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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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북한대사관 관계자를 포함한 복수의 소식통들은 “김영철 부장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안내를 받아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쑹타오 대외연락부장 및 양제츠 정치국원을 만났으리란 관측이 유력하다. 대외연락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누가 김영철을 만났는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 시간에 이틀 연속으로 “제공할 소식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중국 당국이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중국 배후론’에 대한 부담 내지 불편함과 연관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정세 급변에 두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틈날 때마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한반도 비핵화뿐 아니라 그 이후의 평화체제 전환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로서 평화협정  과정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그 결과 동북아 안보환경을 지금보다 더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게 중국의 셈법이다.

중국 역할론과 관련해 30일 홍콩 언론에는 북ㆍ중ㆍ러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다음달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3자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내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SCO 회원국이므로 김정은 위원장만 특별초대하면 회의가 성사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6·12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가는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루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두 정상이 싱가포르 담판에 나서는 김정은을 격려하고 훈수를 두며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는 구도가 된다.

 중국 측 소식통에 따르면 “분명히 이런 아이디어가 중국 내부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화춘잉 대변인도 “북ㆍ중ㆍ러 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성사 여부를 떠나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 비핵화에 주변 강대국들이 큰 이해관계를 갖고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분명한 것은 그동안 관망 자세이던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의 체스판에 가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상(외교부 장관)이 31일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앞서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러시아에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은 주권과 불가침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 입장과 상당히 근접한 발언을 피력한 것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연합뉴스]

일본은 “납치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며 일찌감치 한반도 체스판에 합류를 선언한 상태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남북한과 주변 4강이 함께 움직이는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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