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준비 완료" 답하자 3초 뒤, 2205m의 만탑산이 흔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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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38노스가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핵실험장 폐쇄를 공언했다. / 사진캡처·38노스

38노스가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핵실험장 폐쇄를 공언했다. / 사진캡처·38노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쯤 가장 먼저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했다. 북쪽 갱도로 불리는 2번 갱도는 북한의 2차 핵실험부터 6차 핵실험까지 모두 진행된 곳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의 핵심 갱도로 꼽힌다. 북측 관계자는 폭파 전 취재단을 향해 “촬영이 준비됐나”고 물은 뒤 “3, 2, 1” 카운트다운 뒤 폭파를 진행했다.

취재단은 북측 관계자들의 카운트다운 뒤,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흙과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15초 뒤에는 관측소가 폭파됐다.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계곡을 뒤덮었고, 잠시 후 연기가 걷히자 관측소에서 부서져 나온 파편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이어 오후 2시 17분쯤에는 서쪽 갱도인 4번 갱도와 단야장을 함께 폭파됐다. 2번 갱도에서 남쪽으로 150m가량 떨어져 있는 4번 갱도는 북한이 4~5차 핵실험을 준비하면서 굴착을 중단했다가 지난해 재개한 곳이다.

오후 4시 2분에는 3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했으며 15분 뒤 군사 건물인 남은 2개 동 막사도 폭파됐다. 북한은 마지막으로 오후 4시 17분에는 남은 2개 동 막사(군건물)를 폭파했다.

풍계리에 있는 4개 갱도 가운데 1번 갱도에 대해 폐기 절차가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이 진행된 곳으로, 이미 방사능 오염에 따라 폐쇄된 곳이어서 북한이 이날 별도의 폭파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풍계리 현지에 도착한 8명의 남측 공동취재단을 비롯한 5개국 취재단은 현지 3번 갱도 위쪽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갱도 폭파를 지켜봤을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핵실험장 폐기를 참관한 국내외 공동취재단은 25일 오전 6~7시쯤 원산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단이 차로 10여분 걸리는 원산 갈마호텔 미디어센터에 도착하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동영상과 기사를 송고하고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풍계리=공동취재단, 배재성 기자 hono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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