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기자는 연락 끊겼다, 핵실험장 폐기 '깜깜이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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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핵실험장 폐기 소식, 271곳 지진관측소서 눈 부릅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여겨지는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현장 취재를 위해 기자단이 현장으로 향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제기자단은 23일 오후 7시쯤 원산을 출발했다. 이들은 풍계리 인근의 재덕역까지 10~12시간 동안 이동한 뒤, 차량으로 갈아타고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 계곡으로 간다는 계획이다.

기상청이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발생한 지진파를 탐지해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기상청이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발생한 지진파를 탐지해 분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기자단들의 이동 상황은 24일 오전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핵실험장이 워낙 오지여서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준비해 갔던 위성 전화와 핸드폰 등 무선 송수신 장비의 반입을 북한 당국이 막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실험장 폐쇄가 진행되더라도 관련 영상이나 사진, 진행방식 등은 기자단이 원산으로 되돌아온 뒤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반적인 사항을 고려하면 오늘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지만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깜깜이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 원산의 갈마호텔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 기자들이 23일 오후 풍계리 현장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AP=연합뉴스]

북한 원산의 갈마호텔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 기자들이 23일 오후 풍계리 현장으로 떠난 뒤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AP=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사이에 폐쇄(북한은 폐기)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이르면 24일 오후 또는 25일 중 폐쇄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깜깜이 상황 속에서도 북한이 대규모 발파를 진행한다면 폐쇄 시간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갱도를 폭파하고, 갱구를 매설하겠다고 밝혔다”며 “갱도를 대규모로 폭파할 경우 발생하는 지진파를 통해 발파시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은 관측 장비를 총동원해 집중 감시에 들어갔다. 기상청 등 정부 차원에서 운영중인 지진 관측소는 전국에 271곳이 있다. 기상청 211곳, 한국지질자원연구원 40곳, 한국전력연구원 15곳,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5곳 등이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에서도 별도의 지진 관측소를 보유하고 있다. 우남철 기상청 분석관은 “북한이 핵실험장을 발파하는 방식과 폭발에 사용하는 폭발물의 양에 따라 관측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며 “풍계리까지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많은 양의 폭발물을 사용하면 폭발 후 1분 이내면 행사 진행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과 같은 충격에 지진파가 발생하는데 지진파 중 S파와 P의 양과 속도를 분석하면 자연지진인지, 인공지진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폭발의 경우 P파가 S파보다 현저히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또 폭발 때 발생하는 폭발음을 경기와 강원 일대에 설치된 8곳의 공중음파 탐지기로도 파악할 수 있다. 폭발음이 클 경우 철원이나 양구의 공중음파 탐지기에서 알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우 분석관은 “북한의 발파방식을 모르는 상황에서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풍계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범위의 관측 기계들을 총동원해 집중감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발시 대규모 화염이 발생하면 미군이 보유한 관측 장비로도 파악이 가능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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