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테니스|「서울코트」불꽃대결|서독 베커|스웨덴 에드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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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64년만에 서울에서 다시 열리게 되는 테니스경기는 프로에까지 문호가 개방돼 세계정상급 스타들의 기량을 선보이게 됐다.
1924년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제외된 테니스경기는 지난 LA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후 이번 서울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이다.
특히 관심의 초점은 남자단식에 모아지고 있다. 엔트리가 64명인 남자단식경기에는 비록 세계랭킹 1위인「이반·랜둘」(체코)이 국적문제로 불참하지만 2위「스테판·에드베리」3위「마츠·빌란데르」(이상 스웨덴), 5위「보리스·베커」(서독), 7위「밀로슬라프·메시르」(체코), 9위「패트·캐시」(호주), 10위「팀·메이요트」(미국)를 비롯, 20위 권 내 12명의 선수가 망라되어 있다.
이처럼 국제테니스의 그랜드슬램대회와 맞먹는 수준의 정상급선수들이 대거 서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 대회를 놓치면 4년을 기다려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차지 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출전선수들의 면모를 볼 때 결국 남자단식 패권의 향방은 세계최강인 스웨덴 군단에 서독·프랑스·미국 등 이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에드베리」와「베커」가 결승에서 대결할 공산이 가장 짙은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권위 있는 윔블던대회 올해 우승자인「에드베리」(22)는 서브 앤드발리를 주무기로 하는 세계 제1의 속전속결형.
키 1m88cm·몸무게 75kg의「에드베리」는 장신에서 내리 꽂는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며 각도마저 예리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다. 또 순식간에 네트를 점령해 좌우발리로 승부를 결정지음으로써 은퇴한 테니스황제「비외른·보리」를 방불케 하는 호쾌한 테니스를 펼친다.
「베커」(21)는 올해 윔블던결승에서「에드베리」에게 3-1로 패해 정상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85, 86년 윔블던대회를 연패한 저력은 아직도 만만치 않다.
「베커」는 경기를 풀어 가는 기량에서「에드베리」보다 다소 뒤지지만 거구(키 1m87cm, 몸무게 78kg)에서 뿜어내는 시속 2백50km의「붐붐서브」는 여전히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대회를 석권한「빌란데르」(23)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빌란데르」는 서브의 위력에서 두 선수에게 뒤지지만 경기운영이 노련할 뿐 아니라 안정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한 패싱샷이 뛰어나 강호킬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남자단식이 군웅할거 식으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여자단식은「슈테피·그라프」(19·서독)의 우승이 거의 굳어지고 있다.
올해 호주·프랑스오픈, 그리고 윔블던대회를 차례로 석권, 명실공히 세계정상임을 입증한「그라프」는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나브라틸로바」가 불참함으로써 제동을 걸 선수가 없는 것이다.
오는 9월초 전미오픈대회마저 우승, 세계여자테니스사상 4번째 그랜드슬래머에 도전하고 있는「그라프」는 서울올림픽마저 제패, 세계여자테니스 계를 천하 통일하는 첫 번째 여자선수가 될 공산이 크다. <임병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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