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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조 시장" 미국 스포츠 도박 사실상 전면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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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오션포트의 경마장. [AP Photo/Seth Wenig=연합뉴스]

뉴저지주 오션포트의 경마장. [AP Photo/Seth Wenig=연합뉴스]

미국에서 스포츠도박이 사실상 전면 허용됐다. 미국 대법원은 15일(한국시간) 뉴저지 주의 스포츠 도박 법을 지지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연방법인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 때문에 네바다주를 제외한 주에서는 스포츠 도박이 금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6대 3의 판결로 스포츠 도박 허용 여부를 각 주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다.

대법원 "허용 여부 각 주에서 판단" #경제효과 260억달러, 일자리 15만개 #MLB, NBA등 겉으론 "승부조작 우려" #로비스트 고용 “베팅액 중 1% 달라” #

동부의 라스베이거스라고 불리는 뉴저지주의 애틀랜틱시티는 카지노 등이 침체하자 스포츠 도박으로 만회를 꾀했다. 이번 판결로 스포츠도박을 본격 활성화할 전망이다. 미국 게임협회는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된다면 한 해 260억 달러(27조 807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예상했다.

각 주는 스포츠 도박이 세금 조달의 중요한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저지 주 이외에도 펜실베이니아,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가 대법원 판결 이전 이미 스포츠도박 합법화 법안을 가결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는 지난해 스포츠도박 베팅액이 48억 달러(5조1000억원)라고 발표했다. 판타지 스포츠회사인 드래프트킹의 CEO인 제이슨 로빈스는 지난해 해외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한 미국의 불법 스포츠 도박은 1500억 달러(약 160조원)라고 추산했다.

스포츠 도박이 활성화되면 승부 조작 등 부작용도 있으나 관심이 늘어나고 시청자가 증가해 스포츠가 활성화되는 순기능도 있다. 마크 큐반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는 “팀의 가치가 최소 2배 커질 것이며 농구를 보는 재미가 다시 생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주요 스포츠 단체들은 이중적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스포츠의 진실성을 지키기 위해 도박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한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리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적절한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NBA 부사장 댄 스필레인은 “부정행위 감시 등 성실성을 위한 서비스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베팅액의 1%는 리그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로비스트를 고용해 입법활동에 개입하고 있다. MLB 선수 노조는 "선수 안전은 물론 지적 재산권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수들도 자신의 몫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도박 회사의 대학 농구 3월의 광란 베팅 화면. [Ethan Miller/Getty Images=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도박 회사의 대학 농구 3월의 광란 베팅 화면. [Ethan Miller/Getty Images=연합뉴스]

도박회사들은 리그의 1% 배당에 당연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 네바다 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스포츠 도박 업자들의 이익률은 5.3%였다. 도박 업자들은 “리그에서 1%를 떼면 수익의 20%가 줄어드는 꼴이다. 마진이 줄면 배당율이 낮아진다. 세금등을 떼지 않아 배당이 더 좋은 불법 도박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스포츠 단체 중 PGA 투어가 가장 적극적이다. 스포츠 도박이 투어 활성화와 수익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는 대법원 판결 후 “안전하고 책임 있는 베팅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PGA 투어는 합법화를 예상하고 선수 이외에도 선수 관계자, 대회 관계자, 투어 관계자 등의 스포츠 베팅을 금지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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