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아자르’ 문선민, 태극마크 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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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지난 5월 14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출전선수 명단 발표식에서 태극전사로 선발된 미드필더 문선민. [연합뉴스]

지난 5월 14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출전선수 명단 발표식에서 태극전사로 선발된 미드필더 문선민. [연합뉴스]

14일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대표선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세 차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을 깨고 이승우(20·베로나)와 문선민(26·인천)·오반석(30·제주)의 이름이 불렸기 때문이다. 3명은 A매치에서 뛴 적이 한 번도 없다.

염기훈·김민재 줄부상에 ‘깜짝 발탁’ #오반석·이청용 등도 대표팀 합류

부상으로 인한 ‘나비 효과’가 러시아 월드컵 대표선수 명단까지 바꿔 놓은 셈이다. 무엇보다도 미드필더 염기훈(35·수원)은 지난 9일 갈비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중앙수비 김민재(22·전북)는 지난 2일 정강이뼈에 금이 갔다. 결국 이들은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대표팀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인대가 파열됐던 수비수 김진수(26·전북)는 최근 조깅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따라 일단 명단에 포함됐다. 신 감독은 “부상자가 많이 생겨 23명에다 예비선수까지 뽑았다”고 설명했다.

14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출전선수 명단 발표식에서 태극전사로 선발된 미드필더들.   윗줄 왼쪽부터 이승우, 기성용, 권창훈. 가운데 줄 왼쪽부터 이청용, 구자철, 이재성. 아랫줄 왼쪽부터 정우영, 주세종, 문선민. [연합뉴스]

14일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출전선수 명단 발표식에서 태극전사로 선발된 미드필더들. 윗줄 왼쪽부터 이승우, 기성용, 권창훈. 가운데 줄 왼쪽부터 이청용, 구자철, 이재성. 아랫줄 왼쪽부터 정우영, 주세종, 문선민. [연합뉴스]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프로축구 인천의 왼쪽 윙 문선민은 인생역전을 이뤄낸 의지의 사나이다. 문선민은 2011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진행한 전 세계 축구 유망주 발굴 오디션에 참가해 7만5000명 중 최종 8인에 뽑혔다. 거스 히딩크,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눈에 띄어 동양인 중 유일하게 선발됐다. 약 1만 대 1의 확률을 뚫었다.

이듬해 스웨덴 프로축구 3부리그 외스테르순드에 입단한 문선민은 1부리그 유르고르덴을 포함해 스웨덴 리그 101경기에 출전해 12골·15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 K리그 인천으로 이적한 문선민은 올 시즌 국내 선수 최다 골(6골·3어시스트)을 기록 중이다. 인천팬들은 벨기에 특급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28·첼시)의 이름을 따서 그를 ‘월미도 아자르’라 부른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달여 남은 러시아월드컵에서 8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1일부터 본격 담금질을 시작한다. [뉴스1]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달여 남은 러시아월드컵에서 8년 만의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21일부터 본격 담금질을 시작한다. [뉴스1]

신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 상대 스웨덴을 잘 알고 있는 문선민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신 감독은 “스웨덴 선수들을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판단했다. 스피드·순간돌파·저돌적이고 과감한 공격 등이 감독을 흡족하게 만들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문선민은 “집에서 자고 있는데 전화가 빗발쳐 대표팀 선발 소식을 알게 됐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는 검증받은 선수들이 뛰는 대회라고 생각해 1%도 기대하지 않았다”며 “최근 아이를 가진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체구가 큰 대신 순발력이 떨어지는 스웨덴 선수들을 상대로 내 장점인 저돌적인 드리블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선민(左), 오반석(右)

문선민(左), 오반석(右)

제주의 중앙수비 오반석은 김민재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었다. 신 감독은 “오반석은 터프하게 맨투맨 수비를 잘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과 대표팀 경기에서 부진해 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중앙수비 김영권(28·광저우 헝다)과 권경원(26·톈진 취안젠)이 재승선했다.

신 감독은 “이청용은 두 차례 월드컵 경험(2010, 2014)이 있는 데다 개인기가 뛰어나다. 수비수 김영권과 권경원은 스스로 논란을 잠재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왼쪽 수비 홍철·김민우(이상 28·상주)도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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