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다녀간지 1주일만에 측근 실세 대표단 방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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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위층 인사를 포함한 대표단이 1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한 뒤 일주일만에 또다시 고위급 대표단이 중국을 찾는 등 북ㆍ중간의 고위층 교류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방중단은 북한 수도 평양을 비롯한 지방 당 조직의 1인자가 다수 포함된 경제시찰단의 성격이 짙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 교류 활성화를 염두에 둔 방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을 태운 차량 행렬이 중국 당국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댜오위타이 영빈관을 빠져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북한 대표단을 태운 차량 행렬이 중국 당국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댜오위타이 영빈관을 빠져 나오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이번 대표단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측근 실세인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포함됐다. 또 김수길 평양 시당 위원장과 김능오 평안북도 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지방 간부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게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유명선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도 방중단의 일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박 부위원장의 모습이 목격됐다는 점으로 미뤄 경제시찰 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당내 위상이 높은 평양과 평안북도의 노동당 위원장이 포함된 점으로 미뤄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지난 2010년처럼 북한의  시ㆍ도 당 위원장을 초청해 주요 지역 시찰을 통해 북중 협력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ㆍ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방중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박태성 부위원장 및 평양 시당 위원장 포함..."교류 활성화 염두에 둔 경제시찰"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내린 뒤 10시반쯤 공항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는 오전부터 무장 경찰이 배치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다. 이들은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의 영접을 받으며 중국 측이 제공한 의전용 차량으로 댜오위타이(釣魚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오후 2시쯤 영빈관을 나와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중국과학원 문헌정보센터를 방문했다. 이 곳은 지난 3월 하순 방중한 김정은 위원장이 둘러봤던 곳이다. 대표단은 벤츠 차량 3대와 소형 버스 2대를 나눠타고 이동했다.

류명선 노동당 부위원장 등 14일 방중한 북한 대표단이 둘러본 중국과학원 문헌자료센터..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곳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류명선 노동당 부위원장 등 14일 방중한 북한 대표단이 둘러본 중국과학원 문헌자료센터..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참관한 곳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방중 인사의 신원을 묻자 북중간 교류에 대해서는 북중 양측은 정상적으로 왕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꺼렸다. “아는 바 없다”는 대답은 이번 대표단이 북ㆍ중 정부간 교류가 아닌 ‘당 대 당’차원의 방문임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 대 당’교류는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가 담당하며 정부 기구인 외교부는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게 관례다.

 경제 제재 완화 이후를 내다본 북ㆍ중 교류 정상화 움직임은 북한 주재 중국 대사의 행보에서도 나타났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11∼12일 참관단을 이끌고 북한 측 압록강변과 신의주시를 둘러보면서 양국 지방 및 민간 교류를 강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리 대사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접한) 평안북도와 중국 랴오닝성의 강화를 제안했다. 리 대사가 북중 국경도시부터 찾은 것은 비핵화 진전에 따라 본격적인 경제 교류가 재개될 때를 대비한 발빠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능오 평북 당 위원장은“북중 우호는 당과 정부가 굳건히 견지하는 흔들림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4일 방중 대표단에 포함됐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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