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검찰개혁 속도 내야”…김인회 교수가 본 검찰개혁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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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개혁 대상 1호’로 검찰을 지목했다. 오랫동안 논란을 빚었던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를 매듭지어 검찰 권력을 분산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검찰을 감시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공약대로 수사-기소 분리해야 #자치경찰제로 경찰 ‘공룡화’ 차단 #검찰, 개혁 주체 욕심 버려야 #'드루킹' 논란 때문에라도 공수처 필요

지난 1년 동안 문 대통령이 제시한 ‘개혁 로드맵’은 얼마나 잘 이행됐을까.
김인회(54)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9일 만나 지난 검찰 개혁에 대한 중간 점검을 요청했다. 그는 2011년 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냈다.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장 가깝게 공유하는 ‘검찰 개혁론자’로 꼽힌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의 검찰 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승식 기자.

김인회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집권 1년의 검찰 개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승식 기자.

현재 청와대 주도로 경찰에게 1차 수사권을 넘기는 내용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이 나와 있다.

집권 직후 기대했던 검찰 개혁 수준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않고 과감성이 부족하다. 현재까지 나온 조정안을 보면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넘겼지만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그대로 가져가고, 특수수사 기능도 여전히 검찰에 남겨뒀다. 검찰에 너무 많은 수사 권한을 남겨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어차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되면 특수수사 등 상당 기능이 넘어갈 것이다.

당초 대선 공약대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놓고 기소만 하게 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검사들이 사건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 보니 정치권력이 검찰을 통제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검찰에 어떤 사람을 보내놓아도 수사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게 개혁의 뿌리이자 핵심이다. 문제는 검경이 권한을 하나씩 주고받는 식으로 하면 줄어들어야 할 수사권의 총량이 오히려 늘어나 버린다는 것이다. '수사권의 총량을 줄이겠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대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검찰과 국정원 양쪽으로부터 수사권을 가져오는 데 비해, 수사 역량이나 인권의식이 미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경찰에 선뜻 많은 권한을 주기 어려운 심리적 반감이 분명히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신을 없애려면 자치경찰제를 통해 경찰 내 권한을 분산시키고, 경찰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작동시켜 문민 통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제도를 먼저 도입시키면 경찰의 질이 뒤따라오는 측면도 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 최승식 기자

김인회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 최승식 기자

청와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가 수사권 조정 문제를 주도하다 보니 검찰에선 개혁 당사자가 논의에서 소외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되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논의를 검찰과 경찰에 맡겼기 때문이다. 양 기관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정부부처는 중간에서 이를 조정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결국 개혁의 동력이 꺼져버렸다. 수사권 조정 이슈는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뿐 아니라 국가정보원까지 전반적인 국가 시스템을 다시 짜는 일이기 때문에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 즉 청와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 검찰의 모습을 보면 “수사는 검사가 제일 잘한다”는 말만 반복해서 하고 있다. 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국민들보다도 낮다.

앞서 검찰의 과거사 청산 필요성도 제시해왔는데, 현재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과거사 청산 노력이 진행 중이다.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출범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해 시간을 허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아직도 과거 사건 선정 작업에 매달려 있는데 신속하게 과거사 청산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수처 설치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입법이 지지부진하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 늦어도 올해 초에는 설치가 돼야 했다. 아직도 공수처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으니 검·경 수사권 조정하고 맞물려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다. ‘드루킹’ 사건만 해도 공수처가 있었다면 지금 벌어지는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나 특검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정부가 나서서 국회를 좀 더 설득할 여지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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