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2만3000가구 조사? 실거래가 22억원인데 공시가는 13억원인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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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20동 중간층(15층) 84.9㎥ 형의 올해 공시가격(1월 1일 기준)은 13억3600만원이다. 지난해(11억8400만원)보다 12.8% 올랐다.

[서울 25개구 대표 아파트 비교 분석 ]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 평균 66.6% #실거래가 반영률 59.4~75.9%로 편차 커 #래미안퍼스티지-신월시영 16%P 차이 #고가 아파트일수록 실거래가 반영률 낮아 #550명이 약 1300만 가구 현장조사? #조사 방식·과정·검증 투명하게 공개해야 #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연합뉴스]

이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는 올해 1월 신고 기준 평균 22억50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7억원)보다 32% 올랐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실거래가 상승률보다 19%포인트 낮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공시가격/실거래가)은 59.4%다.

양천구 신월동 신월시영 아파트 6동 43.2㎥형 중간층(6층)의 올 1월 기준 실거래가는 평균 2억20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억10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실거래가 상승률은 4.8%.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억6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실제 집값보다 공시가격이 더 오른 셈이다. 이 아파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75.9%였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구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의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상승률과 실제 집값 상승률의 차이도 아파트별로 제각각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실거래가 반영률이 낮았다. 중앙일보가 서울 25개 구별로 지난 10년간 매매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 한 곳씩 25곳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대상 25곳 아파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평균 66.6%였다.

아파트별로 편차는 컸다. 실거래가 반영률이 가장 낮은 곳은 반포구 래미안퍼스티지(59.4%)로 가장 높은 양천구 신월시영(75.9%)과 16.5%포인트 차이가 났다.

집값이 비쌀수록 실거래가 반영률이 낮은 경향도 뚜렷했다. 올 1월 신고된 실거래가가 16억원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5㎡형의 공시가격은 9억6800만원으로 실거래가 반영률은 60.5%다.

반면, 올 1월 평균 2억1000만원에 매매된 노원구 중계주공 2단지(44.5㎡)의 공시가격은 1억5200만원으로 실거래가 반영률이 72.4%다.

공시가격

공시가격

공시가격이 현실을 100% 반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 반영률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지, 실거래가 상승률이 일정하게 공시가격에 반영되지 않는지는 이 문제를 제기해 온 전문가들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현행 공시제도에 따르면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동주택 약 1300만 가구는 한국감정원이 자체 전수 조사 방식으로 산정한다. 하지만 실제 전수 조사는 아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시가격 조사에 투입된 한국감정원 인력은 감정평가사 140여 명을 포함해 약 550명이다. 이들은 한 달 동안 교육을 받고, 석 달간 현장조사를 한다.

1인당 공동주택 약 2만3000가구, 하루에 250여 가구를 조사하는 셈이다. 2015년 감사원은 “감정원의 현장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철형 한국감정원 주택공시처장은 “1300만 가구를 다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파트 한 동 기준층과 호수를 정해 가격을 매기고, 이를 기준으로 나머지 가구의 공시가격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뉴스1]

감정원이 공시가격을 결정한 후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때 수도권 지역의 실거래가 데이터가 10% 넘게 누락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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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형 처장은 “공시가격은 과세용이기 때문에 65~80% 수준에 목표를 두고 올해 상승률은 물론 전년도 시세 반영률이나 지역 변동률 등을 따져 균형을 맞춰 산정한다”며 “올해 집값이 30~40% 올랐다고 그만큼 공시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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