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오간 커플스 '골프는 인생 같다고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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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47세의 베테랑 프레스 커플스(미국)가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금언을 몸으로 확인시켜 줬다. 10일(한국시간)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다. 1992년 마스터스 챔피언 커플스는 14년 만에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잡았다. 3라운드까지 합계 3언더파로 선두 필 미켈슨을 1타차로 뒤쫓았다. 그러나 그는 4라운드 13번과 14번 홀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인생의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했다.

◆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커플스는 2, 3, 11번 홀에서 1.5m가 되지 않는 짧은 퍼트를 잇따라 놓쳐 선두 추격이 물건너간 듯했다. '아멘 코너'의 두 번째 홀인 13번 홀(파5)에선 드라이브샷이 짧았다. 공은 페어웨이 왼쪽의 개울 근처에 떨어졌다. 그런데 커플스는 스탠스가 불안한 상황에서도 신기의 트러블 샷으로 공을 빼냈다. 그리고 세 번째 샷에 온그린에 성공한 뒤 3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념의 승리였다.

◆ 잘나갈 때 조심하라=사기가 오른 커플스는 14번 홀(파4)에서도 세컨드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단독선두(7언더파)를 달리는 미켈슨을 다시 1타 차로 압박할 수 있는 찬스였다. 그러나 손쉬운 버디 퍼트는 홀을 외면했고, 오히려 2m가량 지나쳐 버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됐다. 기분이 상한 커플스는 파 퍼트마저 실패, 3퍼트로 보기를 했다. 미켈슨과의 차이는 졸지에 3타 차로 벌어졌다.

비록 14년 만의 마스터스 우승이나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은 놓쳤지만 커플스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등 베테랑다운 성숙한 매너를 보여줬다.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마스터스 4라운드라기보다는 스킨스 게임이나 친선 라운드를 보는 것 같았다.

커플스는 "웃고 떠들고, 무척 재미있는 라운드였다. 위대한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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