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공무원에 성희롱·폭언하면 법적조치… 온라인 폭언도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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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충북의 한 주민센터에서는 한 민원인 막말과 고성, 욕설을 일삼아 직원들이 곤욕을 치렀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막무가내였다. 이 민원인은 여직원에게 성희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일부 직원이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행안부, 민원공무원 보호하는 '민원응대 지침' 배포 #성희롱 지속하면 녹취록 분석 법적조치하도록 강화

앞으로 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성희롱 발언이나 폭언을 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지난 2014년 8월 보상에 불만을 품고 차량을 몰고 아산시청에 돌진한 민원인. [중앙포토]

지난 2014년 8월 보상에 불만을 품고 차량을 몰고 아산시청에 돌진한 민원인. [중앙포토]

행정안전부는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 악성 민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공무원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 민원응대 지침(매뉴얼)’을 개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매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폭행·폭언, 반복민원은 3만건 이상에 달한다. 수시로 민원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1시간 이상 통화하며 폭언과 상급자 연결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전 지침서의 경우 민원인 전화응대 중 민원인이 성희롱하면 ‘3회 이상 중단 요청에도 성적 발언 지속 시에 민원응대가 불가함을 안내하고 전화를 끊는다’고 돼 있다.

지난 2014년 8월 보상에 불만을 품고 차량을 몰고 아산시청에 돌진한 민원인. [중앙포토]

지난 2014년 8월 보상에 불만을 품고 차량을 몰고 아산시청에 돌진한 민원인. [중앙포토]

하지만 개정된 지침서에는 1차 경고에도 성희롱을 지속하면 법적 조치를 경고하고 바로 통화를 마치도록 했다. 통화종료 후에는 녹취 파일을 분석, 성희롱 여부를 확인하고 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반복되는 상담 전화는 상담시간 제한을 알리고 통화를 종료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행정기관이 해결하기 어려운 내용임을 알렸는데도 계속되는 민원전화는 30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알리고 전화를 끊도록 했다. 호주의 경우 특이한 민원 전화 상담은 1회, 1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온라인상 민원과 문서상 폭언 등에 대한 대응요령도 마련했다. 그동안 전화나 대면 폭언에 대해서만 대응요령이 지침에 명시돼 있었지만, 국민신문고 등 온라인 민원은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행안부는 온라인 폭언도 전화·대면 폭언에 준하는 규정을 적용키로 했다.

행안부는 민원공무원을 보호하고 민원인의 전화 폭언 등에 대응하기 위해 10일 공직자 민원응대 지침을 강화했다. [연합뉴스]

행안부는 민원공무원을 보호하고 민원인의 전화 폭언 등에 대응하기 위해 10일 공직자 민원응대 지침을 강화했다. [연합뉴스]

이번 지침서에는 민원공무원이 폭언·폭력과 반복된 민원 등으로 심적 고충이 크면 부서장이 60분 이내에서 쉬는 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했다.

각 행정기관의 민원실과 상담부서 내에는 민원응대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전화통화 녹음이 가능한 시스템도 갖추도록 했다. 폭행 등 특이한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민원실에 청원경찰도 배치할 방침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폭언과 폭행 등 민원을 가장한 무책임한 행동은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와는 구분돼야 한다”며 “민원공무원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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