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임기영·장현식 슬럼프는 … 국제대회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왼쪽부터 박세웅, 임기영, 장현식. [뉴스1]

왼쪽부터 박세웅, 임기영, 장현식. [뉴스1]

이쯤되면 ‘우연’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참가했던 선수들 이야기다. 한국 야구의 미래로 꼽히는 25명의 대표 선수 대부분이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다. APBC는 한국·일본·대만의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지난해 처음 창설된 이 대회에서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에 져 2위를 차지했다.

APBC 출전 선수 대부분 부상·부진 #8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악영향

이 대회에 선발로 나섰던 투수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덩달아 소속 팀도 부진에 빠졌다. 결승전 선발 투수였던 롯데 박세웅(23)은 팔꿈치 부상으로 아직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해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의 기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박세웅은 3월 초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5월 중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회복이 더디다. 최근 조 감독은 “(박세웅을) 당분간 잊고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웅이 빠진 롯데 선발투수진은 평균자책점 5.56(7일 기준)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7위에 그치고 있다. 롯데도 개막 이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대만전 승리 투수였던 KIA 임기영(25)도 어깨 통증으로 지난달 21일에야 선발진에 합류했다. 이후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임기영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지난해 통합 챔피언 KIA는 시즌 초반 힘겨운 중위권 싸움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일본과 예선전 선발로 나와 5이닝 1실점(비자책점) 호투를 펼친 NC 장현식(23)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장현식은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앞세워 일본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장현식 역시 팔꿈치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난달 3일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3이닝을 소화했지만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APBC 대회에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5명(장현식·이민호·구창모·김성욱·박민우)을 내보냈던 NC는 올해 직격탄을 맞았다. 통산 타율 3할(0.317)이 넘는 박민우(25)는 부진(0.198)에 시달리다 2군에 내려갔다. 당초 선발 자원으로 시즌을 시작한 구창모(21)도 불펜으로 내려갔다. 3명의 선수가 흔들리면서 NC는 시즌 초반 9연패를 당하면서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이 대회에서 뒷문을 책임진 삼성 장필준과 롯데 박진형도 흔들리고 있다.

물론 이 선수들의 집단 부진이 APBC 대회 출전 후유증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3개국이 참가한 소규모 대회라 선수들은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비슷한 후유증을 겪은 전례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다. 특히 APBC에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은 몸 관리 노하우가 부족한 20대 초반 선수들이었다.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표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동열 대표팀 전임감독은 APBC 대표선수를 선발하면서 “비슷한 실력이면 아시안게임 때 이 선수들을 뽑겠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 경험을 꾸준히 쌓는다면 한국 야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선 감독의 이런 구상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선수들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