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식탁에 오른 이스라엘 '신발 디저트'…외교 결례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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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에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가 대접한 ‘신발 디저트’가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일 아베 일본 총리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부부의 만찬에 등장한 신발 디저트. 남성 구두 모양의 식기에 각국의 초컬릿이 담겼다. [세게브 모셰 인스타그램]

8일 일본 지지통신과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일본과 이스라엘의 고위급 회담이 끝난 후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에서 열린 양국 정상 부부 만찬에 남자 구두 모양의 식기에 담긴 초콜릿이 디저트로 등장했다. 이스라엘의 스타 셰프 세게브 모셰가 준비한 메뉴였다.

정상 부부 만찬에 구두에 담긴 초콜릿 디저트 등장 #집에서 신발 벗는 日 문화 무시한 "외교 결례" 비난

하지만 메뉴가 공개된 후 이스라엘 미디어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신발을 식탁에 올리는 것을 금기시하는 일본의 문화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급 외교관은 현지 언론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은 신발을 집에 신고 들어가지도 않을 만큼 하찮게 여긴다”며 “(신발 디저트는) 멍청하고 센스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한 일본 외교관도 현지 매체에 “신발을 식탁에 올리는 문화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디저트로 유머를 주고 싶었다면, 우리는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게브 모셰 셰프(가운데)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만찬 장면. [세게브 모셰 인스타그램]

논란이 일자 세게브 모셰 셰프는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디저트 사진을 올리며 이 용기가 진짜 신발이 아닌 철제로 만든 신발 모양의 식기라고 밝혔다. 모셰의 홍보 에이전시는 “이 구두 모양 용기는 고급 철제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디자이너 톰 딕슨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를 이끄는 일본 총리가 미쓰비시, 미쓰이 등 대기업의 특사들과 함께 이곳에 왔다. 당신은 미디어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라며 디저트에 쏟아지는 관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양국의 회담 결과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언론을 비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달 29일부터 이번 달 3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을 방문했다. 이스라엘 방문은 2015년 이후 두 번째. 일본은 중동 지역에서 각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한 쪽 편을 명확히 들지 않는 ‘등거리 외교(等距離外交)’를 펼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아베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사이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의 만남에서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팔레스타인에 1000만 달러(약 108억 원) 어치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