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탈퇴 포상금에 위장폐업까지…치밀했던 삼성 노조 와해 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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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막으려 위장폐업 후 문자로 해고통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8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앙포토]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8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중앙포토]

삼성전자서비스가 회사 차원에서 노조를 무력화하고 와해하기 각종 방해공작을 시도한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사측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지역 센터를 위장폐업하는 방식으로 협력업체 직원들을 해고한 사례를 확인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동래센터에 근무하던 위모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위씨는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동래센터에 근무할 당시 협력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를 설립해 초대 지회장을 맡았다.

문제는 사측에 정식으로 노조 설립을 신고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직전 불거졌다. 사측에서는 노조 설립 직전에 돌연 위씨가 근무 중이던 동래센터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위씨를 포함 해당 센터에 근무하던 직원 20여명에 대해선 해고 통보가 전달됐다. 특히 해고 과정에서 위씨 등 협력업체 직원들은 문자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위씨는 지난 4일 검찰에 출석해 이런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주도자는 해고, 나머지 직원만 '재고용'

검찰은 위씨에 대한 해고통보 및 센터 폐업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방해공작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위씨 등 노조 설립을 주도한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을 곧바로 다른 센터에 재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상 문자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노조 설립·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 설립을 막는 동시에 이미 설립된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공작들도 병행했다. 이 같은 방해공작 중 효과적이었던 사례는 ‘우수사례’로 뽑혀 100여개 하청업체에 전달됐다.

특히 우수사례에는 돈을 미끼로 직원들을 설득해 노조를 탈퇴하도록 종용한 사례도 포함됐다. 주변 직원들을 설득해 노조를 탈퇴하도록 유도하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무리할 경우 해당 직원에게 100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내부 문건에는 노조를 탈퇴하도록 설득하고 이를 성공한 직원을 ‘엔젤’이라고 표현한 문구도 담겨 있다.

'노조 와해' 위한 갖가지 방해 공작 

검찰은 피해 직원들의 진술과 관련 문건들을 토대로 ‘노조와해 공작’이 구상에만 그쳤던 것이 아니라 실제 수차례에 걸쳐 시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지난달 사측의 노조 와해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해 검찰에 제출했다. 노조설립부터 노조원들의 활동 전반까지 단계별 대응지침을 담은 이른바 ‘마스터플랜’과 관련한 피해사례다. 노조에 따르면 자체 취합해 검찰에 제출한 1차 피해사례만 100여건에 달한다.

검찰은 피해사례와 관련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문건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미래전략실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을 수행하는 사실상의 ‘2중대’ 역할을 하는 등 외부 기관까지 동원하는 과정에 삼성 고위 임원 및 지휘부의 조직적인 지시가 있었을 거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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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우선 지난 3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삼성전자서비스 윤모 상무 등 3명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실무 선에서 노조 와해 전략을 수행한 이들 3명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는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3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현재까지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증거가 거의 완벽하게 확보됐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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